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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라이 Jan 28. 2023

초등 1학년 교실에는  이런 변수도 있다

어느 날 밤,

잠자리에 나란히 누운 아이가 왠지 걱정이 가득한 듯한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엄마”

“으응~”

“......”

“...... 괜찮아. 엄마한테는 뭐든 이야기해도 돼”

“엄마.... 내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 진짜 일부러 그런 게 아니거든“

“으응~~ 엄마도 일부러 그런 거 아니라고 생각해”

“내가 걸어가다가 발이 삐끗해서 넘어질 뻔했는데. 그러면서 친구를 밀게 돼서

 친구도 넘어질 뻔했거든... 그것도 학교 폭력이야?”


이잉? 이게 무슨 소린가!

아이는 지금 무슨 고민을 하고 있는 건가!


아이 고민의 시작은 한 달 전으로 거슬러간다.  


아이의 담임선생님이 병가로 두 달 가까이 교실을 비우게 된 탓에

임시 선생님이 몇 차례 교체 되는 때가 있었다.

아이는 평소 담임선생님을 유난히 좋아해서 그런지, 자꾸 선생님이 바뀌는 상황이 당황스러워서 인지,

처음에는 꽤나 속상해했다.

아이는 “엄마~ 우리 선생님 보고 싶어.”라는 말과 함께

선생님이 언제 오시는지를 매일 같이 확인했다.

아마 아이 반 아이들 마음도 비슷하지 않았을까 짐작을 해본다.


그동안 아이의 담임선생님을 만난 것은 하교시간에 교문 근처까지 아이들을 인솔해 나오는 모습을 먼발치서 바라본 것이 전부이다. 그러니 선생님을 알 수 있는 기회는 없었던 것이다.

요즘 초등학교가 학교에 엄마들이 수시로 들락날락하던 나 어릴 저하고는 정말 다르다는 걸 아이를 학교에 보내보고서야 알았다.


잠깐! 내가 국민학교 (안타깝게도 나이 많은 엄마는 국민학교 출신이다) 1학년 입학하던

40년 전 기억을 더듬어 보자면,

그땐 교실 청소도 엄마들이 와서 해주고, 교실 환경미화도 엄마들이 한 가지씩 맡아서 하고, 소풍날 선생님 도시락도 엄마들이 챙겼다. 그러니 교실은 물론 선생님 케어 곳곳에는 그 반 엄마들의 손길이 닿을 수밖에 없었다. 자연스레 선생님과의 거리는 가까웠고, 그만큼 선생님들은 학부모들에게 많은 파악을 당했을(?) 것이다. 하지만, 파악을 많이 당했다는 건 뒷말을 남길 여지도 그만큼 많았다는 게 당시 학부모와 담임선생님의 관계였다.


하지만, 지금은 담임선생님과의 소통은 인터넷 앱 알림장을 이용하고 그마저도 오후 3시 이후로는 불가능하다. 공식적으로 학부모의 학교 방문이 가능토록 되어있는 학부모 상담이나 참여수업은 물론 발표회 등의 학교행사도 코로나로 인해 줌이나 촬영영상을 통해서 볼 수 있다.

그러니 담임선생님을 마주 볼 기회조차 없었고, 선생님이 어떤 분인지 그저 아이의 이야기에 의지해 짐작할 뿐이다. 사실 나는 처음에 꽤나 당황했다. 요즘 학교 시스템을 전혀 알 리 없었던 나는 이해하고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물론 지금은 달라진 이유와 의도를 충분히 이해하고 동의도 한다.

하지만, 늙은 엄마인 나는 아직도 대면 소통이 간절할 때가 가끔 있다.


본론으로 다시 돌아와서,

먼발치서 바라본 아이의 담임선생님은, 젊은 선생님인 듯해서 일단 엄마인 내 마음에 흡족했다. 그리고 수학 시간에 요즘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포켓몬이 등장한다며 자랑하는 아이 말을 들어보면 아이들 마음을 잘 읽고 이해해 주는 분인 듯했다.

초등 1학년 첫 담임선생님으로 젊고 좋은 선생님을 만난 것 같아 내내 마음이 놓이고 얼마나 감사한 마음이었는지 모른다.

그렇게 아이들 마음에 쏙 드는 선생님이 긴 기간 동안 못 나오시는 데다

낯선 선생님들이 며칠씩 다녀가시니 아이들 마음도 싱숭생숭, 불안했던 거 같다.


그래서일까?

아이 반에 슬슬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개구쟁이 남학생 하나가 여자 아이들을 괴롭히고

임시 선생님의 말씀을 잘 듣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 반은 교감선생님은 물론 교장선생님에게까지 요주의 반이 되었다.


자세한 건 다 알 수 없지만,

느낌상으로 돌아가는 상황이 심상치가 않은 듯했다.

학교를 다녀온 아이는, 매일매일 비슷한 이야기와 걱정스러운 마음을 털어놓았다.


“엄마~ 오늘은 **가 ##를 때렸어.”

“엄마~ 오늘은 **가 수업시간에 바닥에 누워 버렸어.”

“엄마~ 오늘은 **가 선생님한테 소리 질렀어.”


과연 1학년 교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 싶은 일들이 매일매일 벌어지는 거 같았다.

엄마들 대화방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들이 조심스레 오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몇몇의 엄마 아빠는 학교에 직접 항의를 하는가 하면, 교감선생님의 중재 하에 면담이 진행되기도 했다. 곧 아이 반은 교감 선생님이 손수 특별 관리에 들어갔고, 아이 반으로 외부 강사 선생님이 찾아와 학교 폭력 관련 수업을 해주셨다고도 했다.


벌어지는 상황들을 지켜보자니,

엄마인 나도 점점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결국 아이의 마음은 ‘선생님이 보고 싶어~’에서 ‘학교가 너무 힘들어~’로 바뀌었다.


아이 반 교실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바라보는 선생님들의 심각한 표정은

고스란히 아이들의 눈에 전달되었을 것이다.

통제가 잘 되지 않아 보이는 친구와, 그 친구 때문에 울음보를 터트리고 마는 또 다른 친구,

그리고 선생님들의 훈계로 이어지는 불안한 교실 분위기가 매일같이 아이들을 짓눌렀을 것이다.

그리고 선생님들의 ‘학교 폭력’에 대한 낯선 교육 속에서 아이들은 두려움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무엇이 학교 폭력이고, 학교 폭력은 어떤 처벌을 받게 되는지, 학교 폭력을 당했을 때는 어떻게 행동을 해야 되는지... 등의 가르침이 아직 1학년 밖에 되지 않은 어린아이들에게 어쩌면 과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학교 폭력을 예방하고자 하는 좋은 뜻이 담긴 수업이었겠지만,

수업 내내 아이들에게는 낯설고 두려운 단어들이 가득했을 것이고

하면 안 되는 것에 대한 전달을 위한 수업이었으니,

1학년이라는 배려보다는 정보 전달에 주력이 되었던 것 같다.


결국 아이는 한 달이 돼가도록

학교 폭력 수업시간에 들었던 이야기를 두려움으로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엄마~ 빨리 우리 선생님이 돌아왔으면 좋겠어. 그럼 모든 게 다 해결될 거 같아”

아이가 굳게 믿고 있는 해결책은 담임선생님이었다.



이제 막 학교생활을 시작한 초등학교 1학년이야말로

학교에서 가장 사랑받고 행복해야 할 아이들이다.

담임선생님의 칭찬과 보살핌 속에서 용기를 얻고 학교의 즐거움을 느낄 것이다.

그런 아이들에게 담임선생님의 부제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한 것이다.

좋은 선생님을 만나 너무 운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좋은 선생님의 부제로 아이들은 걱정과 불안을 견뎌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담임선생님의 빈자리를 채워준 임시 선생님들의 노고와 마음을 모르지 않는다.

그렇지만 어느 날 갑자기 엄마를 잃은 아이처럼, 아이들이 안쓰러운 건 어쩔 수가 없었다.


한 교육관계자의 말을 들으니,

1학년 담임선생님은 선생님들 중에서도 특히 책임감이 강한 선생님으로 배정할 수 있도록

학교에서도 여러모로 고민을 한다고 한다.

그러니 우리 아이 반의 담임선생님도 그렇게 선발이 된 선생님일 것이다.

하지만, 사람일은 아무도 모른다더니.... 초등 1학년 교실에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다.

언제 어떤 변수가 생길 수 있는지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지만,

그 대처에는 아이들의 마음을 가장 먼저 배려하는 학교가! 학부모가! 더불어 어른이!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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