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D-day를 세어가며 일기를 쓰는 이 질척한 짓거리 덕에 나는 퇴사까지 오늘을 포함해 3번의 월요일이 남았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월요일 저녁에 이 글을 쓰고 있으니 오늘이 지나고 나면 2번의 월요일이 남은 셈이다. 이순신 장군은 남은 12척의 배로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는데, 나는 3번의 월요일이 지나는 시간 동안 뭘 할 수 있을까.
햇수로 13년 차 직장인인 나에게 월요일을 맞이하는 끔찍한 감각은 뼛속깊이 각인된 그것이다. 일요일 오후면 나는 언제나 수도승 모드를 On 한다. 약속도 잡지 않고, 술도 마시지 않고, 모든 것을 정리하고 절대 안정을 취하며 다가올 세계의 멸망(?)을 기다린다. 절간 같은 내 자취방에는 무언의 긴장감이 감돈다. 이를테면 온갖 백팔번뇌가 소용돌이치는 심상찮은 기운과 이를 때려잡고자 무장 중인 도깨비들의 대결. 밤새 그 둘은 장마 전선처럼 팽팽히 맞서고, 마침내 월요일이 밝아오면 내 마음에는 어김없이 비가 쏟아진다. 우르르 쾅쾅. 쏴아 쏴아. 어딘가 구멍이 뚫린 것처럼. 나는 의식적으로 멍해진다. '나는 가고 있다, 여기는 버스 안이다, 버스는 가고 있다.'
큰 업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월요일은 여전히 싫다. 그리고 힘들게 출근해서 하릴없이 앉아있는 시간은 더 싫었다. 퇴사 후 뭘 할 거냐고 물어보는 사람들과 여행이라도 갔다 오라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는 한심하게도 아직 아무 생각이 없다. 이 짙은 무기력과 허무, 글쓰기가 아니면 감히 무엇으로 감당해야 했을까. 퇴사 D-37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내 사무실 자리는 마치 37일 동안 타고 가야 도착하는 직항 비행기 안의 좁은 좌석 같다. 남은 잡무를 하고, 퇴직 서류를 처리하고, 까딱까딱 졸다가 가끔 책도 읽고, 채용 공고도 찾아보고…… 그런데 그것들을 아무리 반복해도 아직 창밖은 알 수 없는 깜깜 대양 위라는 것이다. 해도 없고 달도 없는 지하 사무실, 여기는 대양의 위인가 아래인가 안인가 밖인가. 내 몫의 램프를 껐다 켰다, 껐다, 켰다, 틱 톡 틱 톡……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모른 채 때가 되면 사원증을 찍고 밥을 먹는다. 숨이 막힐 줄 알았는데, 밥은 잘만 들어간다.
나는 살기 위해 쓰고 있는 것일까, 쓰기 위해 살고 있는 것일까. 무기력의 늪에 빨려 들어가는 내 머리끄덩이를 붙잡는 새 소식들이 도착한다. 안녕하세요. 한국장학재단입니다. O학기 대출이 연체 중임을 알려드립니다. 해당 계좌에 대한 연체가 지속될 경우 지연 배상금이…… 다음으로 넘긴다. [OO은행] 카드결제 실패. OO텔레콤-자동납부 잔액부족. 다음! 서울도시가스 요금청구서. 3월 도시가스 요금안내…… 그만, 제발 그만!
이 난데없는 불청의 비행은 과연 언제 끝날 것인가. 틱, 나는 다만 램프를 켜고 이것들을 일기장에 고자질한다. 톡, 그래서 당신은 원하는 게 있습니까. 틱, 여기 기내 음주 가능한가요? 톡, 우선 미납 요금부터 내시고요. 틱, 아직 D-17인데요…… 톡, 월요일 하나가 대양에 떨어지는 소리. 우우, 우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