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시각 여의도 윤중로엔 벚꽃이 한창. 그러나 나는 여의도 쪽은 쳐다도 보기 싫다. 육지인 척하는 섬. 직장인들의 위성 도시. 그곳에선 오늘도 대한민국의 간판정치가, 경제가, 방송이 쌩쌩 돌아가고 있겠지. 이렇게 구석에 튕겨 나와 혼자 가슴 쓸어내리는 일이 비록 비겁하다고 해도, 어쩌겠는가. 잘렸으므로 당당하자.
퇴근할 때면 '회사 존'을 벗어나기 급급했기에, 그 유명한 한강공원조차 일하는 동안에는 한 번도 간 적 없다. 이런 식으로 '블랙리스트'에 오른 서울의 장소들이 나에게는 더 있다. 공덕, 마포, 상암, 목동, 남대문, 선릉, 강남 등등. 지도가 있다면 이곳에 모두 X표를 쳤을 것이다. 곳곳에 트라우마가 숨어있는 나의 지뢰밭. 어디 보자, 남은 데가 더 있나. 이 지도가 너덜거리다 못해 찢어질 때쯤, 나는 과연 어디에 있을까. 언젠가 내가 서울을 떠나갈 때 누군가는 고사리 같은 손으로 새 지도를 움켜쥐고 설레고 있을까. 바라건대 그 지도, 영원히 펼치지 말어라.
쉬는 날에 북한산에 오르면 거기서도 여의도가 보였다. 고층 빌딩들은 산맥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었다. 산인 척하는 거대한 빌딩들의 태연한 등성이…… 자본주의 역시 높은 곳에서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있구나. 무력해라. 위로 위로 도피하는 일도 그러므로 소용없다. 높이의 철학자, 니체가 말했다. "사람은 그의 길이 자신을 어디로 데려갈지 모를 때 가능한 높이 분기한다." 하지만 서울에서는 니체도 소용없는걸요. 높은 곳의 맑은 공기도 도시의 것이에요. 저는 어디로 가야 할까요. 저를 받아줄 데가 아직 남았을까요.
내가 외면하는 땅들이 나를 먼저 버렸다는 것, 알고 있다. 이제 내겐 돌아갈 땅도 물려줄 땅도 없다. 춘삼월, 나의 꽃은 어디에서 피어나려나. 이미 오래전에 피어났다 떨어졌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