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를 구획화한다면요, 가령
밤의 시간, 낮의 시간, 고독의 시간
나는 나의 고독이 좋아서
낮의 시간을 쪼개 읽고 썼습니다
시간이 모자라더군요
나는 고독을 지키기 위해
큰 시계를, 더 큰 시계를 걸어보았죠
그런데 아무리 큰 시계를 걸어도 시간이 늘어나지 않는 것이었어요
시계의 크기와 시간의 크기는 비례하지 않는 것이었어요
세상에서 가장 저렴한 시계도 24시간을 가지고 있다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
나는 저렴한 시계 속에서
압사당할 뻔했습니다
온몸에 1과 4, 7과 12가 총알처럼 박힌 채로
살려달라고, 시간을 더 달라고 소리쳤어요
시계와 나는 서로를 껴안고
온몸을 오므린 채
한없이 굴러 떨어졌지요
데굴데굴, 데굴데굴,
우리는 할 수 있어
떨어지는 법, 배울 수 있어
우리 존재, 잊어버릴 수 있어
13과 14를 봐
그렇게 시간에서 벗어나는 거야
짤깍짤깍, 짤깍짤깍,
문득 물었습니다
3과 6에게, 9와 11에게,
너희는 정말로 시간이 맞아?
시간과 시간 아닌 것의 차이, 무엇이야?
시계를 반 바퀴쯤 돌려보았어요
모든 사람들이 8이나 9에서 하루를 시작한다는 건 말도 안 돼요
우린 이렇게 말하게 될지도 모르죠
자네, 아침 1시에 일어나다니, 알람 소리 못 들었어?
죄송합니다, 어제 89시까지 잠을 못 자서 피곤합니다
우리 서로를 서로에게 덧셈하여
무한이 되자고
큰 시계를 걸고
세모난 시계도 걸고
네모난 시계도 걸어보았어요
낮은 계속 줄어들었고요
25시, 26시, 27시…… 그리고
실연의 시
실업의 시
실향의 시
고독의 시는 그대로인데
고독의 시는 지켜지고 있는데
시계, 그만해
시계, 나를 독촉하지 마
5와 8, 11과 2 사이에서 외쳤습니다
살려줘, 시간을 더 주지 마
구해줘, 시계의 바깥으로
그런데 말예요,
1과 12를 빼면
2와 11이 남나요?
2와 11을 빼면
3과 10이 남나요?
나는 저렴한 시간을 껴안고 울었습니다
시계, 사라지지 마, 나의 시계
시계, 살아남아줘, 나의 시계
12……
1……
2……
3……
4……
5……
6……
7……
8……
9……
10……
11……
시계, 편집되지 마
시계, 사랑해, 나의 시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