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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mongTV Sep 05. 2024

3. 조지아 코카서스(설산, 전망대, 동굴마을 즐기다)


동이 튼다. 그런데 이건 뭐지?! 커튼 제치자, 창~창밖의 뷰가 환상적이다. 카즈베키 산 설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아니 설산과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다. 웅장한 일출에 온몸 소스라쳐온다. 카메라 들이대고 나 홀로 바쁘다. 호텔 방을 돌아보니 최상의 시설과 최상의 전망이다. 어제는 정신없어서 제대로 돌아보지 못하였다. 이 넓은 방과 넓은 베란다에서 태양이 설산을 타고 오르는 장면을 실시간으로 즐길 수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많은 여행자들에게 한번 묵어보는 것이 로망인 아름다운 '룸스 호텔'에서 부대시설 이용 없이 급하게 잠만 잤다는 것이 못내 아쉽다. 일출 풍경에 매료되어 카메라 놀이 바쁜 와중에 어느덧 조식시간이다. 어제의 부실했던 식사 탓인지 배도 고프고 하여 서둘러 식당으로 내려갔다. 아.. 식당 창밖에도 베란다가 보인다! 엄청나게 넓은 공간이다. 이곳도 사진 찍기에 훌륭한 장소다. 식사 도중 아름다운 뷰에 취하여 카메라 들이댐은 멈추지 않고 음식은 뒷전으로 밀렸다. 이토록 아름다운 것이 여행인데 어제의 사고가 옥에 티로구나. 


9시가 되자 다시 이동한다. 30분여를 달리자 파노라마 전망대가 나온다. 어?? 여기는 어제 병원에서 숙소에 올 때 지나쳤던 곳이다. 실은 어제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고 싶었으나 택시 기사와 나도 초행길인 데다 심적인 여유도 없어서 그냥 지나쳤다. 그런데 이곳에서 사진 찍을 기회를 준다. 생각지 않은 행운에 감사드린다. 일행들도 어제 병원일로 일정이 지체되어 일정 소화에 지장이 생겨 들리지 못하고 오늘 들르는 듯하다. 이곳 카즈베키산은 등반 코스로도 유명하다. 고산인 만큼 상상을 초월하는 멋진 전망이 도처에 널려 있을 듯하다. 조만간에 다시 방문하여 등반 코스 답사와 여행 코스를 재세팅하고자 한다. 파노라마 전망대는 해발 2200m에 위치하고 있으며 조지아와 러시아의 우호를 기리기 위하여 세워진 우정 기념비이다. 탁 트인 전망을 다양한 각도로 즐길 수 있다. 전망대는 전형적인 러시아 스타일로 러시아 영향권의 구 사회주의 국가에서 볼 수 있는 양식의 건물이다. 몽골에는 자이승 전망대라는 이름으로 이와 비슷한 전망대가 있다. 병품처럼 펼쳐진 전망이 마치 몽골 흡수골 뒤편의 허르덜설득 뷰와 오버랩된다. 허르덜설득은 주몽에서 여행코스로 개발만 하여 놓고 손님을 아직 보내지 못하고 있다. 이곳처럼 도로가 되어 있는 것이 아니어서 시간과 비용의 부담 때문에 고객 유치에 애로사항이 있다. 이곳 구다우리 파노라마와 달리 몽골 허르덜설득은 산신령님의 기운이 느껴질 정도로 오싹하리만큼 웅장하다. 이곳 전망대도 그에 못지않게 또 다른 감동이 있다. 절벽 정상에 위치한 전망대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순간 공포심 엄습한다. 와우... 아찔하다. 저 멀리 능선에서는 자유곡선 타고 내려오는 새하얀 폭포수 줄기가 인상적이고 아래로는 진녹색 호수가 산의 정기를 담는다. 전망에 감동한 일행들의 감탄사 연발에 찰칵찰칵 소리 귓전에 맴돈다.


한 시간 여가 지났을까? 호수와 성채가 나온다. 아나누리이다. 아나누리는 조지아 인들이 신성하게 여기는 곳 중 하나로 코카서스 산맥 남쪽에 위치한 작은 마을이다. 아나누리에는 11세기에 지어진 성삼위일체 대성당이 있는데 역시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호숫가에 바로 접하고 있는 성당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수많은 관광객의 입장으로 성내가 비좁아 보일 정도로 조지안인은 물론 해외 관광객들에게 사랑받는 여행지 중 한 곳이다. 유럽인들로 보이는 관광객과 뒤섞여 구석구석을 돌면서 사진을 많이 찍었다. 셧터 누름의 한번 한 번이 예술이다.


다음은 스탈린의 고향 "고리"로 그와 관련된 소품이 전시된 박물관에 갈 예정이었지만 빡빡한 일정상 취소하기로 하였다. 여행오기 전부터 이곳은 개인적으로 매우 호기심이 있는 지역이었다. 차라리 교회 방문이 많던데 그것을 줄이고 스탈린 박물관에 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사실, 기원전 기원직후등의 역사는 현재와 너무 동떨어진 삶의 역사인지라 감정 없이 오로지 공부로 접근해야 한다. 하지만 나의 바로 직전 세대의 스탈린은 현재와 의식주등이 비슷해서 큰 위화감이 없이 접근이 가능할 듯했다. 그가 왜 그리 많은 사람을 죽였는지 좀 더 가까이서 고찰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심에 꼭 보고 싶었다. 그의 유년시절부터 청년기 공산당 지도자로서 행하였던 그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 이것을 이렇게 쉽게 날려 버리는구나. 그의 흔적을 느끼지 못하고 일정에서 지워 버림은 개인적으로 매우 아쉬운 대목이다. 나는 주최 측의 일행이 아닌 내가 원해서 부탁해서 온 이물질이다. 의견을 낼 처지가 아니다. 그저 묵묵히 즐겨야 한다를 다시 한번 상기하며 따르기로 하였다. 스탈린은 조지아 사람으로 러시아에서 성공한 정치인이다. 잔인한 독재자로 세계에 알려져 있지만 조지아 인들의 마음에는 어떻게 비칠까? 독재자? 살인마? 깡패? 악당? 고향의 자부심?... 스탈린과 레닌 그리고 칼막스에 대하여 잠시 기억소환하며 차기장소로 이동했다. 


고대 동굴도시 우플리치케에 방문하였다. 기대하였던 것보다는 규모가 적음에 놀랐다. 전쟁을 피하여 이곳 동굴도시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돌을 깎는 정성으로 차라리 지하 도시를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플리치케는 바위 절벽 위에 건설되어 있으며 교회와 주거 시설의 흔적이 남아있다. 둘러보는 내내 인간의 생존본능에 대하여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곳에서도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의식이 진행되었겠구나.. 인간의 삶에 대한 의지는 참으로 위대하다.


이제 다시 1시간 30분여 후면 조지아의 수도 트리빌리 시다. 회귀본능일까? 왠지 서울에 가까워지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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