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눈으로 계절잠을 자고 나면
세상은 변해있지 않다.
아니다. 변해 있지만
자는 동안 익히 세상의 변화에 익숙해져 있다.
세상은 늘 소소하게 움직여 큰 파도를 일으키고 여름잠 후 가을을 맞는 사람은 그 파도를 세차게 맞는다.
가을잠은 자지 말아야지 되뇌며.
충족되지 않은 잠에 자꾸 졸음이 쏟아진다.
파도를 만들 수 없어 졸린 것인지.
여름이 잠을 부르는 것인지.
밤은 깊어가고
낮잠이 또 밤잠을 부르고 있다.
긴 잠에 빠진다.
사진 Andreas Gursk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