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집어삼킨 것은 소음도 복잡함도 화려함도 아닌 무료함이었다.
고층건물 수많은 사람들 속에 있어도
내 시간만 느리게 흐르는 서행 아닌 주행.
걷고 찾고 시작하고.
시작이 다른 끝일 수도 있는
어디가 반점인지도 모를 휴식을 취하고
무언가의 끝, 끝을 내지 않고 마는 시작들의 연속을 행하는 삶을 사는 이 느릿함.
때마침 어쩌다 보니 일 년의 반.
뜻하지 않은 끝과 또 다른 시작.
이렇게 지나가는 2024.
시간을 반 접고, 접고 접어 무언가를 만들어내리라.
그림 Eileen Cor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