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소리를 듣지 못한 날도
모기를 보지 못한 날도
쏟아지는 비에 창문을 닫은 날도
팔과 목에 물엿을 뿌린 것 같은 날도
여름 그 계절의 하루
사라져 버릴 것 같이 얇은 달을 보면서
빛이 없어도 좋으니 저 달이 며칠 내내 그대로이길 바랐던 그날 밤도 여름이었다.
파도소리도 바람소리도 없는 집에서
봄 멜로디를 들으며
방충망 밖에 있는 거미줄을 제거한 날도 여름이었다.
일주일 내내 낮기온이 20도 이하여도
여름이다.
봄날의 여름이든
겨울날의 여름이든.
숫자가 주는 여름과
몸으로 느끼는 여름이 일치하지 않아도
지금은 여름이다.
그림 David Hockn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