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정상에서 발끝 아래 허공을 보았다.
한 걸음씩 미련을 털어내고
한 걸음씩 후회를 던지고
한없이 가벼우리라 생각했지만
높이에 걸맞은 무게는 온몸을 짓눌렀다.
어디 한 번 버텨보시지.
날개를 달고 훨훨 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무게를 지탱하며
절망은 새털만큼만 덜어내더라도
두 다리로 걸어 내려와야 하는 것을.
많은 이가 오르내리며 다져간 흙은
분노이거나 슬픔이거나
혹은 기쁨이거나.
그들이 남기고 간 감정들이 쌓여 딱딱한 돌계단이 된 것인가.
감정들이 흐물어져내려 흙이 된 것인가.
버리고, 버리고 왔지만
그림자에 색이 묻어났다.
그것은 때론 녹색이 되고, 때론 빨강이 되며,
때론 보라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