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깊이가 같다면
네 슬픔에 좀 더 다가갔을 텐데
네가 울 때 다독이는 게 훨씬 쉬웠을 텐데
네 슬픔이 내겐 그저 종잇장이라 구겨버렸지만
네겐 그 작은 종이가 빈틈없이 빽빽한 숲 그 자체였다는 걸 알았다면
널 다독였을 텐데
감정의 깊이가 같다면
슬픔의 무게를 나눌 수 있을까
우린 서로 숲에서 길을 잃고
더 깊은 숲으로 들어갔을지도 모른다.
간혹, 덜어낼 순 있다.
네가 느끼지 못할 만큼 조금
내겐 버거울 만큼 많이
그 슬픔은 그렇게 오가다 흩어지고 사라질 듯하다가
네게 남는다.
네겐 남는다.
그 슬픔의 깊이까진 나는 모른다.
끝까지 알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