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북이

by 허니모카



거북이 살고 있다.
아들의 성화에 거북의 터전이 커다란 마트 어항에서 우리집 작은 어항으로 옮겨왔다.
바위에 올라 꼿꼿이 팔 다리를 펴고 일광욕을 한다.
적응이란 것도 없이.
그저 여기가 어제 그 곳이겠지 하며.
팔자 좋은 너를 빤히 본다.
햇빛에 등껍질을 말리는 걱정없는 너를.

밥 주는 걸 잊었다.
먹이를 주자 최대한 빠르게 헤엄친다.
주지 않으면 언제까지고 굶어야하는
팔자 좋은 너를 또 빤히 바라본다.

네게 자유란 무엇일까.
깃발 들고 외치며 어항을 깨부수고 나올 용기가 없는 것인가.
귀찮아 안 하는 것인가.
만족하는 것인가.

바다로 가지 못하는 네 삶이
잘 된 건지, 아닌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네가 아는 자유는 어디까지일까.
가본 적 없는 바다,
돌아갈 수 없는 마트의 어항,
지금 있는 작은 직육면체.

빤히 바라보다 네가 물 위로 튀어오르는 상상을 한다.
한 번쯤 그런 것 해봐도 되지 않니.
유유히 다리를 휘저어 제자리걸음 하듯 가는 너를 빤히 본다.
넌, 그저 맘 편한 거북이라고.
단정짓는다.

나를 비웃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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