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론

by 허니모카



사람 사이에 묻힌 지 오래됐건만
여전히 사람이 어렵다.
벽을 쌓는 것도 허무는 것도 힘들다.
아군이라 여겼던 사람이 쏜 화살에 상처입고

적에게 위로받기도 한다.
급작스러운 친절과 감사가 흘러 강이 되지만
끝내 바다가 되진 못한다.

관계란 그렇다.
아군이 적이 되고, 적이 아군이 되고.
모두가 남지 않는 공허한 전장에서 섞이다 또 나뉜다.

털어내려는 마음이 갈수록 짙어져도 어렵다.

아이 친구의 엄마로 그녀를 알게 됐다.
나보다 아홉살이나 어린 그녀는 사람을 쉽게 사귄다.
상대의 마음을 끌어오는 말과 웃음은 교과서적이다.
무질서해 보이지만 한 치의 오차도 없다.
읽고 외우고 따라 하지만 되지 않는다.
그것은 그녀의 특권일 뿐.

그녀는 로봇이었다.
상황과 감정을 재단하는 인공지능.
그녀가 만든 관계에서 빠져나와 홀로 있었다.
내가 쏜 배척의 화살은 그녀를 통과해 내게 꽂혔다.
모두가 친분의 깃발을 휘두르며 돌아간 전장엔 나만 남았다.

관계는 어려울 수밖에 없기에

나는 정상이라고 안도해도 되는 것인가, 자책해야 되는 것인가.
바둑이 아닌 인간관계까지 로봇에게 배워야하는 시대가 온 것인가.
이 글을 읽고 있는 그대는 사람인가, 로봇인가.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삶의 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