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은 저마다의 그리움을 가지고 산다.
어딘가에 두고 온 우산도
한동안 거실 한쪽을 차지했던 화분도
쓰다 버린 종이컵조차
사람을 생각한다. 기억한다.
사물과 사람이 녹아든 이 공간에서 무엇 하나 배제시킬 수 없는 이유다.
서로가 서로를 기억한다는 것.
할머니가 그립다.
아궁이에서 장작을 넣고 불을 때던 젊은 그녀도.
온몸에 힘이 빠져 안아서 이동할 때면 간지럽다며 웃던 나이 든 그녀도.
병실 침대에 누워 말조차 못 하던 삐쩍 마른 그녀도.
다 그립다.
그녀가 곁에 두던 사물들도 그녀를 기억한다.
그녀가 얼마나 따뜻한 사람이었는지.
내가 모르는 다른 기억들도 그들은 갖고 있을 것이다.
하나씩 펼치면 한 사람의 인생이 될 소소하고 아름다운 기억들.
사물이 그녀를 기억한다. 그리움으로.
그림 Vincent van Gog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