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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니모카 Feb 13. 2023

사물의 기억



사물은 저마다의 그리움을 가지고 산다.

어딘가에 두고 온 우산도

한동안 거실 한쪽을 차지했던 화분도

쓰다 버린 종이컵조차

사람을 생각한다. 기억한다.

사물과 사람이 녹아든 이 공간에서 무엇 하나 배제시킬 수 없는 이유다.

서로가 서로를 기억한다는 것.

할머니가 그립다.

아궁이에서 장작을 넣고 불을 때던 젊은 그녀도.

온몸에 힘이 빠져 안아서 이동할 때면 간지럽다며 웃던 나이 든 그녀도.

병실 침대에 누워 말조차 못 하던 삐쩍 마른 그녀도.

다 그립다.

그녀가 곁에 두던 사물들도 그녀를 기억한다.

그녀가 얼마나 따뜻한 사람이었는지.

내가 모르는 다른 기억들도 그들은 갖고 있을 것이다.

하나씩 펼치면 한 사람의 인생이 될 소소하고 아름다운 기억들.

사물이 그녀를 기억한다. 그리움으로.









그림  Vincent van Go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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