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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니모카 Feb 12. 2023

자의면서 타의적인 이탈



연락이 끊긴 많은 사람들을 한 줄로 쭉 세우고서 한 명씩 안부를 묻곤 한다.  지내는가. 그다지 궁금하지 않은 근황을. 우린 왜 연락이 끊겼을까. 필요조건도 충분조건도 충족하지 않아 결국 우리의 선은 면을 이루지 못했다. 그 안에 담았던 수많은 기억과 감정은 낱낱이 점으로 흩어져 사라졌다.


개미들이 줄지어 가다가 한 마리가 이탈하고 또 한 마리가 이탈하고 그러다 누가 없어졌는지 모른 채 다른 대형이 만들어진다. 내가 그 무리에 들어가 있다. 때론 이탈하기도 하고, 다른 무리에 끼기도 하고 아예 무리를 나와버리기도 하고. 개미인지 개미가 물고 다니는 과자 부스러기인지 헷갈린 채로. 개미들이 나르는 바삭한 과자는 네가 내게 준 또 다른 이의 안부이자 험담이며 다시 건네지지 않을 과자다.


줄 세운 이들이 나를 모른다. 그 사이 나는 그들의 대열에서 이탈자도 추방자도 아닌 애초에 없던 사람이 되었다. 서로의 기억이 다르다는 이유로 우리가 함께 했던 일들은 없던 일로 되어버렸다. 길 위에 서있는 채로 길을 잃고 말았다.











그림   Zoey Fr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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