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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보다 눈물이 먼저였던 상담

24화 사소함에 뭉클

by 뉴우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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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수록 사소한 일에도 울컥한다. 책을 읽다 인생사를 다룬 문장에서, 길을 걷다 부자연스럽게 움직이는 어르신의 뒷모습에서, 그리고 ‘어머니’ ‘아버지’라는 단어만 들어도 눈물이 차오른다. 혼자일 때야 울어도 괜찮지만, 울지 말아야 할 자리에서 울음이 터질 때면 참 난감하다.


며칠 전, 직원 간 갈등으로 고민하던 한 직원이 상담을 신청했다. 혼자 오기 쑥스러웠는지 다른 동료와 함께 왔고, 나 역시 상담 기록을 위한 동료와 함께 마주 앉았다. 네 명의 조심스러운 눈빛이 마주한 자리. 그런데 내담자는 말을 꺼내기도 전, 눈물을 보였다. 애써 참아보지만 울음은 숨겨지지 않았다.


같이 온 동료는 당황해 “왜 그래? 울지 마”라고 말했지만, 나는 조용히 말했다. “울어요. 여기서도 못 울면 어디서 울겠어요.” 그리고 티슈 박스를 내밀었다.


여기까지는 나도 차분했다. 그런데 감정이 복받친 내담자가 “50이 넘어서 이런 일로 마음 아파 우는 내가 싫다”며 대놓고 우는 바람에, 나도 눈물샘이 터지고 말았다.


“괜찮아, 얼마나 속상했니.” 해주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목이 매여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는 함께 울었다. 듣고만 있어도 울컥한 마음이 함께였기에 가능한 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한참을 울던 내담자가 “이제 괜찮아졌어요”라며 웃었다. 그 말에 내가 더 민망해졌다. 아직 감정이 정리되지 않았는데 말이다.


옆에서 상담 기록을 도와주던 동료가 “이 상황을 상담일지에 써야 하나요?”라고 묻자, 우리는 동시에 “야!” 하고 외쳤고, 그 순간 웃음이 터졌다.


“속이 좀 풀렸다”며 돌아서는 내담자. 같이 울어준 것밖에 없는데 괜찮아졌다고 말하니 상담은 끝났지만, 상담자로서의 내 역할은 뭔가 부족했던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상담은 모든 걸 해결해주지 못하더라도, 같이 울어주는 마음이 가장 깊은 위로일 수 있다. 말보다 먼저 흐른 눈물, 그것으로도 충분했던 시간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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