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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순미 Nov 01. 2024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

천연기념물제167호나무

지난해 11월. 수령 800년이 넘는 천연기념물인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 이야기를 했었다. 뭐, 나무 한그루가 대단하다고 또 이야기를 하나? 물론 그럴 수 있다. 몇 해 전에 은행나무 보러 간다고 할 때도 그런 말을 들었으니까. 다정한 이웃과 은행나무 이야기를 하며 찾아가 은행잎을 하늘 높이 날리며 잠시 놀다 오곤 했는데, 서서히 그럴 수 없었다. 어느 해부턴가 사람들이 갑자기 많아져 마을 어귀가 사람과 차로 엉켜 복잡해지니 우리는 이른 아침 얼른 다녀오곤 했다.


은행나무 옆에 몇 대 주차공간이 생기고 화장실이 생기더니, 그게 없어지고 지난해는 170 대 규모의 주차장이 생겨났지만 주변 국도까지 복잡해졌다. 올해는 마을을 지나지 않고 주차장에서 은행나무까지 직선으로 가는  도로 공사 중이다. 그 공사 중인 길을 걸어 은행나무로 간다.


"어머니, 올해는 저도 은행나무 보고 싶어요, "

ㅋㅋㅋ~ 은행나무 소문은 사위의 귀에 까지 들어갔다. 가족이 은행나무 보러 오겠다고 하니, 중간상황을 보고하기 위해 다녀왔다. 모두가 알다시피 올해의 단풍은 예년보다 늦다. 지난여름의 무더위와 9월까지 이어지던 더위에 지친 나무들이 단풍이 늦거나, 단풍 들기 전에 초록낙엽으로 지고 만다. 벌써 도로변의 가로수 중에는 색깔이 변하기도 전에 잎이 모든 떨어진 나무도 많다. 아니며, 10월이 지나가는데 아직 물들지 않은 나무도 많다. 여기가 강원도 임을 생각하면 올해의 단풍시기는 정말로 모르겠다.


중간 점검을 위해 반계리에 다녀왔다. 요즈음 짝꿍님이 파크골프 신입생이 되어서 재미가 바짝 들은 것 같다.

"상황을 정확히 알려주기 위해선 나무 보러 가야지?"

내게 당근을 내민다. 은행나무 보러 가자면 따라나설  테니, 은행나무엔 관심 없는 남편은 그 옆에 있는 파크골프장을 가기 위해 파크골프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나를 나를 포섭하는 것이다. 딸과 사위에게 중간 단풍의 사진을 찍어 보내기 위해 나는 남편이 내미는 당근을 냉큼 받아먹는다.


저만치 서 있는 남편을 두고 나무를 한 바퀴 돌아본다. 벌써 관람객들이 많다. (2024. 10. 30)

올해는 단풍이 예년보다 늦으니 반계리 은행나무의 단풍도 늦은 것 같다.

"이 나무가 몇 그루인지 어디 쓰여 있는 데가 없나?"

나이 드신 어느 여성분의 말에 한 그루라고 말하니 고개를 갸우뚱 인다.

"며칠 더 있어야 단풍이 예쁘겠네."

옆에서 누군가가 말한다.

"처음이세요? 해마다 대부분  11월 초가  돼야 은행잎이 노랗게 변하지만 날씨에 따라서 하룻밤 사이 몽땅 잎이 떨어질 수도 있어요."

"몽땅이요? 저 많은 잎이 다 떨어진다고요?"

그럴 수 있다. 처음 보니 커다란 나무에 하나의 이파리도 남지 않는다는 걸 의심할 수도 있지만, 그 해의 날씨에 따라 하룻밤 사이에 몽땅지기도 한다. 물론 서서히 지는 해도 있다. 은행나무 소문은 퍼지고 퍼져서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오는데, 아마도 다음주가 단풍 든 절정의 노랑나무가 되지 않을까 싶다. 내 말이 정답은 아니다. 날씨에 따라 상황이 다를 수 있다.


그 흔한 카페도 없는 줄 알았는데, 마을 앞에 보니 작은 카페도 있다. 그동안 내가 못 보았던 건지, 새로 생긴 건지도 모르겠다. 주차장 지나 은행나무 입구에  차를 세워두고 10,000원에 7켤레 양말을 파는데 장사가 잘 되는 것 같다.  나를 기다리고 서 있던 남편의 손에 양말이 든 검정비닐봉지가 들려있다. 들어갈 때 농가 앞에서 배추와 무가 몇 개 있어서 나올 때 사려고 했는데 이미 다 팔리고 없었다. 은행나무 앞에서 이렇게 우리의 일상은 흐르고 나무는 그 모습을 800년이나 바라보며 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


글쎄, 예년보다 단풍이 조금 늦어질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강원도의 11월 날씨는 또 하루를 모른다. 하루 사이에 갑자기 나뭇잎이 떨어지는 걸 목격한 사람으로 다른 해보다 늦으니 며칠 늦게 오라는 말은 하지 못한다.

"이번주 가도 돼?"

저녁에 손녀와 영상통화하는 도중에 나타난 딸의 말이다.

"그래 이번 주 와."

다음 주로 미뤘다가 날씨가 변덕을 알 수 없으니 이번주말에 오라고 했다. 은행잎이 모두 노랗지 않으면 어때. 색이 변해과는 과정에 있는 나무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는 경이로운 모습일 텐데.


며칠 전 동아리 모임이 있었다. 사람들은 저마다 성격이 다르다. 책을 읽는 성향이 비슷한 회원과 나는 은행나무 보러 가는 이야길 나눈다. 성향이 다른 회원은

"그깟 나무 한 그루 보러 일부러 거기까지 가."

그래 그 말도 맞다. 그건 각자 성향이니까.  그러나 몇 년 사이 갑자기 많아진 관광객을 보면, 11월 초에 이어지는 단 며칠간 노랗게 단풍 든 은행나무의 모습에 감동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다녀와서 바로 브런치에 올리려 했으나, 늦고 말았습니다.

혹시 브런치에도 은행나무의 단풍 든 모습을 궁금해하는 사람이 몇 명 정도는 있지 않을까 싶어서 사진 몇 장 올려봅니다.



2024. 10 30일 반계리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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