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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준 May 23. 2023

도서관이 다가오니 책장이 비어졌다

우리 동네에 도서관이 있어 좋다

내 책장에는 꽤 책이 많았다. 이사 다닐 때마다 애물단지 취급을 받았다.

"이번에는 제발 책 좀 정리하고 이사 가자"는 아내의 이유 있는 잔소리를 듣고도 번번이 미련이 남아 고서적이나 되는 것처럼 가지고 다녔다.


내 책장에는 읽은 후 더 이상 보지 않는 책이나 꽂아 둔 채 꺼내보지 않은 책도 꽤 있었다. 대학원 때 샀던 영인 복사본 등도 한편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사 때마다 쌓인 먼지를 한 번씩 털고는 가지고 다녔다.

어느 날 마음을 비우고 바라보니 책장을 비우자는 생각이 스쳤다. 아내가 외출했을 때 책장을 비우기 위해 훑다시피 정리를 하니 꽤 많았다. 헌 책 수거상인을 불러 내어놓은 책을 카트에 실으니 거의 리어카 한 대 분량이었다. 내심 돈이 좀 되겠다 생각했는데 상인은 몇 천 원 주고는 가버렸다. 그때의 허무함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책장에 있던 책은 내 가족 같은 뿌듯함이 있었는데 몇 천 원에 팔아 버리니 유쾌한 기분은 아니었다.


외출에서 돌아온 아내가 함박웃음과 항께 잘했다며 시원해하니 오랜 숙원을 풀어준 것처럼 뿌듯하기는 했다. 그렇게 많은 책을 솎아(?) 내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이나마 비울 수 있었던 것도 도서관 덕분이다. 집 근처의 별빛도서관을 만난 후 도서관에 빠져 버렸다. 은퇴 후에 만나게 된 도서관은 전과 달랐다.


남양주의 도서관 시스템 중 내가 가장 감탄한 것은 희망도서 구입 제도였다. 신청하면 다음 달에 구입한 후 첫 대출은 신청자에게 해 준다. 책장을 비우려고 작정한 터에 도서관이 내가 원하는 새 책을 사주니 이보다 좋을 수가 없다.  한 달에 세 권까지 신청할 수 있어 나는 어느 때보다 신간을 더 많이 보게 되었다. 가끔 내가 아는 이들이 지은 책을 신청하여 비치해 두기도 한다. 남양주 도서관의 또 하나의 장점은 시 전체 도서관을 연계한 이용이 가능한 것이다. 책이음 제도인데 우리 동네 도서관에 없는 책도 책이음을 이용하면 모든 도서관의 책을 가져다 주니 책부자가 된 듯하다.


이번 일을 계기로 두 가지 계획을 세워 본다. 이제는 도서관 없이 생활이 안될 것 같으니 이사 갈 경우에는 꼭 도서관 옆으로 가는 것과 언젠가 남은 책을 한 번 더 정리하여 책장을 비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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