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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천자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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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준 May 28. 2023

이렇게 예쁜 꽃이 게발이라니?

게발 닮은 줄기 때문에 억울한 꽃

작년에 삼육대 에코팜 식물 테라피 강습에서 꽃망울만 있는 아주 작은 게발선인장을 선물로 받았다. 아내는 배운 대로 물을 채운 유리잔 속에 넣어 수경 재배를 하였다. 꽃망울이 점점 커지면서 매일매일 우리의 관심을 독차지하였다.

2022.9.19

깔끔한 흰색의 꽃이려니 했는데 활짝 핀 모습은 상상을 초월하였다. 흰색의 꽃잎에 숨겨져 있던 선명한 빨간색과 연한 노랑의 수술이 나타나면서 꽃의 자태는 화려한 듯 하지만 지나치지 않아 청순한 순백의 신부를 보는 듯 그렇게 예쁠 수가 없었다.

2022.12.9

첫 꽃 이후 가을 내내 잎마다 차례로 꽃이 피어 눈을 즐겁게 했다. 꽃이 다 진 후에는 봄이 되면 다시 만나겠지 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그런데 아파트라 그랬는지 12월 중순 어느 날 다시 꽃이 피었다. 아마도 아파트의 온도가 일정하니 계절 구분을 못해 바깥이 그리 추운 줄 모르고 꽃이 피었나 생각했다. 영하의 추운 날씨에 거실에서 자라는 예쁜 꽃을 볼 수 있게 되니 좋기는 하나 쉼 없이 꽃을 피워야 하는 이 식물은 꽤 힘든 삶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식물들도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해 살겠지...' 하며 위안을 하였다.

이렇게 자주 꽃을 피우면 힘들 것 같아 안쓰러웠는데 봄이 와도 꽃망울을 보여주지 않아 걱정이 되었다. 인터넷으로 이리저리 자료를 찾던 아내는 화분에 물 대신 흙을 채워 거실 창가에 있던 화분을 해가 직접 비치지 않는 아파트 뒤쪽 공간으로 옮기고 물을 주며 기다렸다.

2023.5.27


5월이 되어서야 꽃망울이 생긴 것을 본 아내가 다시 거실 창 앞으로 옮겨왔다. 며칠 뒤 신기하게도 예쁜 꽃이 피기 시작하니 마치 병원에 입원한 뒤 소생한 것 같아 더 반갑다. 식물을 키울 때도 성장하는 단계에 맞는 재배법을 적용하고 스스로 적응하며 성장할 동안 애정으로 기다려 주어야 하는 것을 배웠다. 부모가 아기를 키우는 것과 닮아 있다는 생각도 든다.


아내는 거의 다 죽었던 호접란을 살리더니 게발선인장의 꽃도 피게 하였다.


내가 칭찬했다.

"당신은 식물을 살리는 명의인가 봐."


아내는 겸손하게 말했다.

"자연과 시간이 해결한 것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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