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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니차니피디 Oct 04. 2020

시니차니의 탄생

이름이 장난이니?


“미쳤어? 김유신이 뭐야! 아들 이름이 장난이야?”


2007년 결혼을 하고 바로 폴란드로 주재원으로 나갔다. 새벽 1시에 퇴근하고 아침 7시에 출근하는 생활을 2년 동안 했다. 2009년 가끔 집에서 드라마 '선덕여왕'을 보며 그리움을 달랬다. 첫째가 태어날 즈음 아버지가 김동현이란 이름을 지었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 글을 읽는 김동현 님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마세요) 뭔가 특별한 이름으로 세상을 당당하게 살기 바라며, 아들 이름을 직접 지어주고 싶었다. 그날 선덕여왕과 김유신의 삼국통일 장면을 보았다. 바로 이거야. 김유신! 아내가 화를 냈지만, 그날부터 설득해 결국 김유신으로 지었다.     


2년 후에 둘째가 태어났다. 형은 장군이니까 동생은 임금이 어떨까. 유명한 학자나 예술가도 좋겠다며 세종대왕, 김정희, 정약용, 김홍도 같은 조선시대 위인을 노트에 적었다. 넌지시 아내에게 보여주었다. 아내는 둘째는 평범하게 불러주자며 반대했다. 아쉬웠지만 아내의 뜻을 따르기로 했습니다. 김유찬으로 지었다.     


유신이는 열두 살 초등학교 5학년. 축구선수 손흥민을 너무 좋아해 EPL 경기를 직접 보고 싶다고 조른다. 코로나 때문에 갈 수 없으니 대신 새벽에 일어나 TV로 응원할 만큼 애정이 깊다. 차분한 성격에 책을 좋아하고 친구들과 사이도 좋다. 유찬이는 같은 학교 3학년. 형에게 지는 것을 참지 못하는 활발한 성격에 달리기는 형보다 빠르고 축구도 잘한다. 공부도 형을 이기려고 노력하면 좋으련만 형만큼 소질이 없어 보인다. 같은 부모에게 태어났지만, 성격과 관심 분야가 전혀 다른 아이들이다.  


김유신과 김유찬, 시니차니라고 부른다.




가족의 유럽은 계획만큼 길지 않았어요. 유럽에서 잘 키워보겠다고 큰소리를 쳤지만 사는 게 어디 마음처럼 되나요. 아빠 고집으로 드라마를 보다가 이름을 지었고, 결국 경주 코앞에 살고 있으니 시니의 운명인가 봅니다. 비록 몸은 바닷가 한적한 곳에 살고 있지만, 7년간 유럽에서 보았던 이웃과 어울리는 저녁이 있는 삶, 경쟁보다는 나눔과 배려로 살아가는 인간미 넘치는 모습을 실천하고 싶습니다. 진짜 행복의 시작은 가족, 집, 자연이 아닐까요.


오늘도 두 형제는 푸른 파도가 넘실거리는 동해에서 일출을 보며 건강하고 해맑게 자라고 있습니다. 넓은 세상을 꿈꾸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이제 시작됩니다.


2020년 8월 15일 광복절 해돋이. 포항 구룡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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