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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니차니피디 Oct 02. 2020

아내수업, 그 후 2년

진짜 남편이 되었다. 좋은 아빠가 되고 싶다.

2018년 ‘낯선 아내를 만나를 갑니다’라는 부제의 ‘아내수업’을 출간하고 두 해가 되었습니다. 뉴스와 신문에 소개되어 기뻤지만, 여느 신인 작가들처럼 ‘작가’라고 불리는 것이 어색합니다. 아픈 아내를 살리고자 쓴 글이 책이 되어 결혼 11주년에 그녀의 품에 안겼다. 그녀가 살아 있는 것에 감사했기에 큰 욕심을 부리지 않았습니다. 결혼 7년을 나쁜 남편으로 살았으니 같은 시간을 반성하고 행동으로 미안한 마음을 지워내고 있습니다.




“이남희 씨 다음 순서입니다.”     


2020년 1월 국립암센터를 다시 찾았다. 진료실 앞에는 생을 갈구하는 환자와 작은 희망의 불씨를 살리려는 보호자가 어깨를 맞대고 있었다. 수술 후 아내는 두 달, 세 달, 여섯 달마다 이곳에서 초조함을 감추려 기도하며 기다렸다. 난소암 판정을 받은 지 7년, 세 번째 수술 후 5년이 되는 날. 그녀와 함께 남편도 의사를 마주했다. 그 의사와 나는 숨쉬기조차 힘들었던 기억이 있었다. 수술 날, 급하게 수술실 앞으로 불려 온 남편은 지옥의 문 앞에 서있었다. 의사가 수술을 포기했으면 어쩌나, 아내와 작별을 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서 괴로웠다. 그날은 형을 데려갔던 저승사자를 다시 볼 것 같아서 몹시 두려웠었다.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부부는 손을 꼭 잡고 진료실에 들어섰다. 의사는 변함없이 무표정했다. 환자들에게 기쁨과 슬픔의 사적인 감정 표현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명의니까. 간호사가 전해준 판독 지를 보며 짧은 한마디를 했다.     


“같이 사진 찍읍시다!”      


난소암 3기까지 세 번의 수술, 항암치료를 하지 않고 완치를 했다. 암(癌) 졸업장 대신 사진으로 기념하자는 의사는 학회에 성공사례로 보고해도 되겠냐며 물었다. 맞잡은 손에서 부부의 땀이 느껴졌다. 아내는 완치가 맞냐며 다시 물었다. 믿기지 않았다. 기쁜 날인데 왜 눈물이 날까. 그녀를 토닥이며 안아주었다. 사진을 찍었지만 환하게 웃지 못했다.

사람을 살리는 명의 박상윤. 보일 듯 말 듯 잔잔하게 미소 짓는다. 그래서 더 아름답다.


꺼져가는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 의사는 냉정한 수술과 과감하게 치료를 했다. 아내는 1년 반 만에 3기로 재발한 암 덩이와 싸워가며 아이와 남편의 손을 놓지 않았다. 아이들은 밤낮으로 엄마를 안아주고 해맑은 웃음을 전했고, 남편은 하루도 빠짐없이 사랑한다는 말을 아내 몸 깊숙이 전했다. 




건강을 회복한 아내는 다시 꿈을 꿉니다. 

작은 공부방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선생님이 되었습니다.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아내가 고맙습니다. 

어두운 표정 없이 해맑게 자라고 있는 두 아들이 대견합니다. 

저도 7년간 나쁜 남편으로 살다가 7년간 좋은 남편으로 바뀌었습니다.

이제는 좋은 아빠가 되어 두 아들과 함께 성장하고 있습니다.

아빠도 침묵에서 깨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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