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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니차니피디 Oct 07. 2020

자녀수업을 시작하며

코로나와 인공지능 시대, 진짜 행복한 가족 만들기


대한민국에서 손꼽히게 좋은 직장을 ‘신의 직장’이라 부른다. 어렵게 대학에 입학하고 다시 취업을 목표로 달려야 하는 취준생들에게 대기업이나 공기업만큼 선호하는 직장이 대학교다. 워라밸과 저녁이 있는 삶, 공무원처럼 정년보장, 괜찮은 급여 수준이니 선호할 수밖에 없다. 내가 서른여덟 살에 사립대학교 직원 공채에 합격하니 대기업 지인들이 하나같이 비결을 물으며 부러워했다. 나는 대한민국 명문 사립대학교에 근무하고 있다.      


그런데, 7년을 근무하면서 취업학원으로 변하고 있어 안타까웠다. 대학이 취업률에 평가를 받으니 그 일터를 사랑하는 직장인들의 자존감도 낮아지고 있다. 우리나라 대학교가 세계 대학 랭킹에서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고등학교 졸업자가 대학교 정원에 턱없이 부족한 학령인구 절벽이 시작되었고 교육부에서는 자율구조조정으로 대학이 스스로 문을 닫도록 유도하고 있다. 한때, 화려했던 신의 직장은 이제 위기의 직장이 되어가고 있다.      




코로나와 인공지능은 부지런한 일꾼으로 살아온 우리에게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라고 말하고 있다. 나는 IT 개발자로 근무했고, 대학에서는 교육과 연구의 가능성을 보았다. 7년간 유럽에 살면서 예술과 문화가 녹아든 인간 중심의 기업경영에도 참여했다. 두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부터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를 상상해본다. 아빠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자녀를 위해 무슨 준비를 해야 하는지 아이들의 성장 속도만큼 고민은 깊어졌다. 


한국의 입시제도는 질문 없는 수업과 재미없는 교실에서 3년간 극기(克己)만 요구하고 있다. 내 사랑하는 아이들이 학교에 가는 것이 의무가 되고 친구들과 비교되며 경쟁을 해야 하고, 수학 문제 정답만 찾는 기술자가 되는 것이 바람직한지 묻기 시작했다. 창의적 인재가 필요하다며 창업을 부추기면서 실패에는 참으로 냉정하다. 실패가 좌절과 포기가 되지 않도록 격려하는 준비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가족 모두가 초등학교부터 입시 전투에 투입되고 있다. 엄마는 스파이로 적진을 살피고 아빠는 포탄을 살 돈을 벌어온다. 아이들은 학원에서 밤늦도록 총알을 쏟아붓는다. 전쟁에 승리한들 살아남은 우리 아이들에게 부서진 지붕으로 들어오는 한 줄기 빛이 행복을 보장할 수 있을까. 


내가 학창 시절에 배우고 집에서 공부했던 방식으로 30년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적용하기에는 나 자신이 부족함을 인정한다. 그렇다고 옆집과 같이 학원이나 과외를 시키면서 부모의 도리를 다했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아이를 가장 잘 아는 부모가 가장 좋은 스승’이라는 어느 책의 글귀를 실행하고 싶어 집안 한 귀퉁이에 '행복가족연구소'를 만들었다. 여러 책을 읽고 아이들과 대화하고 나만의 방식을 적용해본 지난 2년간의 경험이 같은 고민을 하는 부모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시니차니의 성장 이야기를 묶어 자녀수업이라 지었다. 1장 환경 만들기, 2장 읽기, 3장 쓰기, 4장 말하기, 5장 걷기다. 보이지 않아서 더 두려운 코로나 시대에 집이 학교가 되었다. 하나뿐인 정답을 계산하는 것은 이제 인공지능에게 맞기자. 행복한 아이, 즐거움이 넘치는 창의적인 사람, 인간미 가득한 공동체를 만들어갈 사람이 되도록 부모가 선생님이 되어보면 좋겠다. 가족이 함께하는 자녀수업이 우리나라 가정이 더 행복해지는 마중물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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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란다 서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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