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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니차니피디 Oct 29. 2020

베란다 백일장을 아시나요?

블로그 이웃이 참여하는 가족 글쓰기 경진대회


무엇엔가 이끌렸다. 마흔까지 한 번도 백일장이나 사생대회에 나가본 적이 없었다. 블로그에 일기 같은 잡문을 쓰다가 5년 전 처음 백일장에 참가했다. 그해 아내는 산문으로 2등을 했고, 다음 해 나는 시로 2등을 했다. 문화상품권을 부상으로 받아 책을 샀다. 이후로 경주와 부산까지 넓혀가며 백일장에 참가하고 있다. 아이들도 가작이지만 상을 받곤 했다. 백일장이라 쓰고 봄과 가을에 떠나는 '가족 소풍'이라 읽는다.      


괜찮은 자리에 돗자리를 깔고 작은 상을 펼친다. 준비해온 과일과 음료수를 마시며 그날의 시제에 골똘히 생각에 잠긴다. 마음은 늘 장원을 기대하며 연습장에 줄거리를 채워간다. 3시간 동안 작품을 완성하고 원고지에 옮겨 적을 때는 1등이 된 듯 행복했다. 주최 측에 작품을 제출하면 작은 기념품을 받는다. 백일장은 부모가 자녀에게 주는 제법 괜찮은 나들이 선물이다.


코로나가 창궐한 2020년은 모든 것이 멈췄다. 백일장도 취소되었고 가을에 열리는 대회는 우편으로 접수를 받았다. 집에서 PC로 작성하는 글쓰기는 오픈북으로 시험을 보는 기분이었다. 백일장은 현장에서 해야 제맛인데... 문득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집에서 직접 백일장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한여름의 장맛비가 창문을 따라 흘러내렸다. 베란다 서재에서 보이는 초록의 은행잎도 비에 젖은 지 오래다. 아이들을 베란다로 불러 의자에 앉혔다. 눈을 감고 빗방울과 천둥소리를 감상했다. 눈을 뜨고 포근한 집과 대비되는 베란다 바깥 풍경을 느껴보라고 했다. 아이들은 아빠의 말에 피식 웃으며 자리를 지켰다.      


“자, 지금부터 베란다 백일장을 시작하겠습니다. 비 오는 풍경을 시로 표현해보세요.”     

“뭐야~~~ㅎㅎㅎ”     


즐거운 비명소리가 들렸다. 소파에 누워 베란다 밖과 스마트폰을 번갈아 응시하는 차니, 노트북을 켜고 손가락을 입에 물고 있는 시니. 생각지도 못했던 백일장이 열리니 놀라면서도 몰입을 했다. 30분 후 두 편씩 시를 완성했다.    


심사 방법을 고민하다가 아빠의 블로그에 네 작품을 공개하고 이웃님들에게 48시간 동안 비공개 심사를 부탁했다. 아이들의 작품을 감상한 이웃들은 비밀 댓글로 맘에 드는 작품과 감상평을 올려주었다. 무려 26명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신선한 글이다.', '참신한 기획이다.', '오랜만에 웃었다.'며 반응이 뜨거웠다. 블로그에서도 실시간 소통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알았다.      


심사결과를 확인하는 날 아이들과 집현전에 모여 화이트보드에 심사위원들의 비밀 댓글을 하나씩 읽었다. 앞서가는 차니를 바짝 추격하는 시니. 막상막하였다. 심사평도 정성을 담아주셨다. 첫 베란다 백일장은 15표로 차니의 ‘빗방울의 여행’이 1등을 했다. 2등은 시니의 ‘지우개’가 차지했다.     


이틀간 시상식에 사용할 상장, 상금, 꽃다발을 준비했다. 여러 백일장에서 본 것을 떠올렸다. 아이들은 다음 달에 서로 1등을 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첫 베란다 백일장을 진행하며 기대 이상의 성과가 있었고 무엇보다 재미있었다.



<베란다 백일장>

주기: 매월 1회. 월간 창작한 자작시 3편씩 총 6편을 접수.

심사: 2~5일간 블로그 이웃에게 공개하고 비밀 댓글 투표.(엄마, 아빠는 제외)
         1등 작품을 투표한 이웃을 추첨하여 커피 쿠폰 또는 1:1 상담 기회 부여

시상: 상금 1등 5천 원, 2등 3천 원, 3등 2천 원
         상장도 직접 PPT로 제작해서 수여

기록: 심사 및 시상식 결과를 블로그에 공개하여 다음 달 백일장 참여 유도     



8월에는 중순과 월말에 두 번 작품을 접수했다. 총 6편을 30명의 이웃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1,2,3등 작품을 선정했다. 두 번째 대회에서는 시니가 1등을 했다. 9월에는 3분기 왕을 선정하는 대회로 작품 수준이 높아졌다. 추석 연휴가 있어 5일간 공개심사를 진행해 32명의 이웃이 참여했다. 시니의 작품이 1표 차이로 1등을 차지했다. 10월 말이 기다려진다.


베란다 백일장은 시니차니 가족이 만들어가는 글쓰기 문화마당입니다. 코로나 시대라고 위축될 필요는 없어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놀이를 찾아서 가족 경진대회를 해보세요. 그림 그리기, 노래 부르기, 악기 연주를 동영상으로 찍어서 블로그에 올리면 이웃이 정성을 다해 심사를 해주실 거예요.       




<시니 생각>

베란다 백일장이라고 아빠가 처음에 말했을 때 신기했었고 승부욕이 생겼어요. 평소 제 주특기인 글 쓰기를 이용해 차니를 이기고 싶었어요. ㅎㅎ 그런데 첫 번째는 져버렸죠... 한 표 차이로! 그래도 2,3번째는 이겨서 기뻤어요. 앞으로도 우리 가족의 행사가 되면 좋겠어요.      




<7월, 1회 베란다 백일장>

https://blog.naver.com/jun10032/222047183642

<8월, 2회 베란다 백일장>

https://blog.naver.com/jun10032/222076568292

<9월, 3회 베란다 백일장>

https://blog.naver.com/jun10032/222103520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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