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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니차니피디 Oct 29. 2020

아빠! 집중해주세요.

가족나비

“똑똑! 아빠 집중해주세요. 스마트폰 보지 말고요.”  

   

10분 타이머가 쉼 없이 움직인다. 시니의 눈빛을 보니 미안했다. 손에 쥔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자세를 바로 하고 시니에게 집중했다. 지금 발표자는 시니다. 내가 '가족나비'에서 발표할 때 아이가 딴짓을 하면 괜히 화가 난적이 있었다. 발표자에게는 무조건 집중해야 한다. 이것이 나비의 기본 예의다.

하브루타 관련 자료를 찾다가 EBS에 방영된 영상이 눈에 들어왔다. 폴란드 팀원들이 직장에서 말을 많이 하는 모습, 현지인 집으로 저녁식사에 초대받아서 갔을 때 긴 식사와 다양한 주제로 대화하던 모습이 뇌리에 스쳤다. 유럽인들은 생활속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생각을 이어갔다. 우리는 공부만 하느라 침묵하고 질문하는 법을 잊어가고 있었다.


학습 효율 피라미드 그림을 보자. 열심히 읽기만 하면 효율이 10%다. 쓰기를 더하면 효율이 조금 높아진다. 90% 효율은 서로 설명하기다. 자기가 읽거나 배운 것을 상대방에서 가르치는 수준이 되면 완전한 학습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독서모임에서 발제를 하고 책에서 배운 것을 발표하는 것이다.     




‘가족나비’는 책을 읽고 독서기록장에 쓰고 마지막으로 발표를 한다. 읽기 쓰기 말하기가 한 묶음으로 진행되는 가족 독서모임이다. 인풋(input)과 아웃풋(output)이 조화로운 활동이다. 정보를 읽으며 인풋 하고 독서기록장과 블로그에 자신의 생각을 쓰면서 아웃풋을 한다. 말하기(설명하기)로 한 번 더 아웃풋을 하면 집에서 하는 최고의 자기주도학습법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장에는 가족나비 1시간의 절차를 소개해본다. 도움되는 책은 따로 부록에 있으니 참고하세요.



<가족나비>

1. 리더선정: 참가자의 다수결 지목한다.

2. 자기소개: 리더를 시작으로 전체 참가자가 자기를 소개한다.

3. 발표순서: 리더가 발표자 순서를 정합니다.

4. 발표하기: 순서대로 10분씩 책을 소개한다.

5. 질문&퀴즈: 발표가 끝나고 궁금한 것을 묻거나 퀴즈 놀이를 한다.

6. 책 박수: 손뼉 치며 구호로 마무리합니다.

7. 뒤풀이: 과일 먹으며 아빠와 캔디 크러쉬 20분     



리더는 다수결로 정하거나 순서를 정해서 돌아가면서 해도 좋다. 자기소개는 아주 간단하게 하면 된다. 처음 본 사람들의 경우는 이름, 직업, 사는 곳, 관심사 정도를 말하면 된다. 가족끼리는 잘 아니까 “안녕하세요. 아빠 ooo입니다.”로 소개하자. 발표순서는 리더의 고유 권한이다. 먼저 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참고하여 순서를 지정한다.      

집현전에서 가족 나비 시간


이제 가장 중요한 발표다. 발표는 순서에 따라 10분간 타이머를 맞춰서 시작한다. 먼저 책 제목, 작가, 출판사, 출판 연도를 알려준다. 책 내용을 소개할 때는 이야기책은 줄거리와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을 말하면 된다. 자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고 무엇을 적용할지 말하면 좋다. 과학, 역사 등 지식정보를 다룬 책은 한번 읽고 암기할 수없어 책을 보면서 읽는 것도 괜찮겠다. 이런 책은 마지막에 퀴즈 놀이를 하면 집중력을 높일 수 있다. 


듣는 사람은 딴짓을 하지 말고 발표자에게 집중해야 하고 중간에 궁금한 것을 질문할 수도 있다. 발표는 기본 10분씩 정확하게 주어지지만 10분이 부족한 경우에는 5분을 더 사용할 수 있다. 그래도 부족한 경우에는 다음날 같은 책을 이어서 발표하면 된다. 보통 아빠나 엄마는 3일간 한 권을 나누어 소개하고 있다. 어른의 책은 아이가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쉬운 단어나 표현으로 바꿔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 부모는 아이의 관점과 눈높이를 알 수 있어서 평상시 대화에도 도움이 된다. 


아빠의 발표 때는 가끔 과도한 액션이나 음성변조를 하면서 웃음을 터트려도 좋다. 아이들의 습관이나 태도를 변화시키고 싶다면 발표하는 책의 내용을 빌려와 강조하면 된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과 적당한 거리를 두고 싶으면 <공부머리 독서법> 121페이지, <에이트> 146페이지를 인용하면 된다. 게임에 중독된 아이를 구하는 방법은 <푸름아빠 거울육아> 348페이지를 읽고 아빠와 함께하는 방법을 제안해보자.  


각자의 발표가 끝나면 리더가 간단하게 정리의 시간을 갖는다. 어떤 발표자의 내용 중에 더 궁금한 사항을 묻거나 퀴즈를 내면서 마무리해도 좋다. 책 박수는 양재나비의 구호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공부해서 남을 주자”를 박수를 치면서 큰소리로 말한다. 내가 책을 읽고 알게 된 것을 상대방에게 알려준다는 뜻이다. 나눔의 마음도 있고 책을 읽을 때 제대로 뜻을 알아야 한다는 다짐도 들어있는 구호이다. 손뼉을 치면 감사의 마음도 전하지만 손바닥을 자극해 머리도 맑아지기 때문이다.     


가족나비를 1년 전에 시작했고 곧 300회가 된다. 가족여행이나 손님이 오는 날에는 쉬었다. 최근에는 아이들도 아침 6시에 일어나고 있다. 아침시간의 효율을 높이려고 6시 30분으로 나비를 옮겼다. 정착이 되면 '굿모닝 가족나비'로 이름을 바꿀 수도 있겠다. 우리 가족의 행복을 높이는데 독서모임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책을 읽으며 지혜를 쌓는 것은 물론이고 어지간한 일은 대화로 해결이 되니 감정이 상할 일도 없다. 매일 아침을 책으로 시작하는 하루가 보람찰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시니 생각>     

처음에 하자고 했을 땐 좀 당황했어요. 매일매일 잘할 수 있을까 했는데 결국 곧 300일까지도 다 와가네요. 요즘은 새벽에 일어나서 아침 6시 30분에 시작해요. 독서기록장에 내용을 쓰고 발표를 하고... 요즘엔 제가 좋아하는 역사이야기를 나비로 하고 있어서 항상 즐거워요. (피곤하지만요 ㅎㅎ) 앞으로도 꾸준히 하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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