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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Sep 22. 2023

아침 운동 대 저녁 운동

루틴으로 갓생 살기 - 운동 (8) 운동 루틴

운동은 언제 하는 것이 좋을까


아침 운동이 좋은 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아침에 숙제를 하고 시작하기 때문에 빼먹을 위험이 현저히 줄어든다. 이것이 가장 큰 장점이며, 바로 이 이유 하나 때문에 나는 아침 운동이 훨씬 좋다고 생각한다. 로이 바우마이스터의 명저, <의지력의 재발견>에 나오는 수많은 실험이 보여주듯, 의지력이라는 것은 고갈되는 자원이다. 저녁에 운동을 계획하는 것은 수많은 변수에 운명을 맡기는 것이다. 좀 과장해서 말해서 도박이다. 수많은 자기계발서들이 아침형 인간이 되라, 미라클 모닝을 실천하라고 말하는 이유가 다 의지력 때문임을 기억하자. 


아침 운동의 두 번째 장점은 공복 운동이라는 점, 그래서 성장 호르몬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 장점은 식사 패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간헐적 단식은 대개 아침을 건너뛴다. 잠자는 시간 동안 단식이 자동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하루 1식을 아침으로 하는 경우라도, 식사 전에 아침 운동을 한다면 공복 효과를 최대한 끌어낼 수 있다.


저녁 운동의 장점 역시 많다. 가장 큰 장점은 부상 위험이 적다는 것이다. 근육을 포함한 신체가 충분히 풀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예열, 즉 준비운동이 필요 없다. 대개의 부상이 경직성 때문임을 생각해 보면, 이것은 아주 큰 장점이다. 또 하나의 장점은 공복 효과다. 저녁 1식을 하는 간헐적 단식이라면, 저녁 식사 전 운동은 공복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전략이 될 수 있다. 대개의 간헐적 단식러가 저녁을 먹는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공복 효과를 최대한 끌어내 운동하고, 운동 후에는 적절한 단백질 섭취가 가능한 저녁 운동이 효과적이다.


하루에 1번만 운동을 할 수 있는 상황이고 혈당 관리가 필요하다면, 저녁 운동이 더 좋을 수 있다. 그것도 식전이 아니라 식후에 하는 운동이다. 식후 운동은 혈당 스파이크를 완화해 준다는 사실이 잘 알려져 있다. 소화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면 식후에는 가볍게라도 움직여 주는 것이 좋다. 


식후 운동이 혈당 스파이크를 줄여주는 원리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짐작은 해볼 수 있다. 알로스테이시스(allostasis), 즉 몸이 신체자원을 최적으로 배분하는 과정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식후에 가만히 있는다면 몸은 소화에 총력을 다할 것이고, 빠르게 소화된 음식물은 당으로 분해되어 혈액 내로 흘러넘칠 것이다. 혈당 스파이크에 대응하여 인슐린 회로 역시 혹사당할 것이고, 이 과정에서 번아웃에 이른 세포들은 파업에 돌입할 것이다.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한다. 


반면, 식후에 운동하면 알로스테이시스는 다르게 움직인다. 소화와 동시에 몸을 움직이는 쪽에 신체 자원을 배분해야 하는 것이다. 예산을 더 적게 받은 소화계는 상대적으로 일을 덜 할 수밖에 없으며, 이에 따라 혈당도 느리게 올라가고 인슐린 회로 역시 부하를 덜 받게 되는 것이다. 다만, 소화에 더 적은 자원이 할당된다는 얘기는 소화가 어려워질 수 있음을 의미하므로, 원래 소화 기능이 약한 사람이라면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겠다.


(c) unsplash - Jenny Hill


운동 루틴


하루에 1번 운동하는 사람이라면 아침과 저녁 중 언제 운동할지 장단점을 따져 결정하면 된다. 그러나 운동을 하루에 여러 차례로 나누어 할 수도 있다. 인터벌 운동은 10분으로 충분한 것이 얼마든지 있다. 근력 운동도 부위별로 나누거나 서킷 트레이닝 형식으로 하면 한 번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따라서 한꺼번에 몰아서 운동하는 대신 아침, 저녁으로 나누어 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또한, 점심시간에는 가볍게 산책 삼아 걷기 운동을 할 수도 있다.


나의 경우, 아침 운동이 주 루틴이고, 저녁 식사 후에는 혈당 스파이크를 막기 위해 운동을 한다. 주로 하는 것은 캐프 레이즈인데, 영상을 보거나 오디오북을 들으며 할 수 있고, 운동 강도가 그리 강하지 않아 심적 부담도 적다. 점심을 먹지 않으므로, 점심시간에는 가볍게 걷는다. 땀 날 가능성이 낮은 겨울철에는 시속 6km 정도의 속도로 빠르게 걸으므로, 운동 효과도 충분하다.


디로딩(deloading)이라는 개념이 있다. 부하를 줄인다는 얘기인데, 벌크업을 위한 부위별 휴식을 확장한 개념이다. 근육 운동을 2분할, 3분할, 5분할로 나누는 이유가 부위별로 돌아가며 휴식을 주기 위해서다. 운동은 기본적으로 근육에 손상을 가하고, 회복되는 과정에서 근육이 더 강하고 커지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회복되는 과정에 시간이 필요하므로 분할 운동을 하는 것이다.


운동하다가 다쳐서 쉬게 되는 것은 인대나 뼈를 다쳐서다. 운동을 못할 정도로 근육을 다치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드물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이는 근육이 상대적으로 튼튼한 조직이기 때문이다. 근육 손상은 48 내지 72시간이면 회복된다. 그러나 인대 손상 회복은 더 긴 시간이 필요하며, 뼈의 손상은 말할 것도 없다. 근육 회복 기준으로 휴식 시간을 설정하면, 인대와 뼈는 손상 내지 피로를 회복하지 못한 상태로 계속 시달리게 되는 것이다.


바로 이 점을 고려한 것이 디로딩이다. 운동을 지속한 기간이 어느 정도 누적된 다음에 전체적으로 운동 강도를 낮추거나, 잠깐 동안 운동을 아예 쉬는 것이다. 푹 쉬었다가 어렵게 만든 운동 습관이 날아갈까 두렵기는 하다. 인간의 몸은 어떻게 하면 에너지를 덜 쓸까 하는 단 한 개의 생각에 집중해서 진화해 왔으니 당연하다.

게으름이 등판하면, 모든 것을 도루묵으로 만들 수 있다. 그래서 디로딩이 필요하다면 아예 쉬는 쪽보다는 덜 힘들게 운동하는 쪽이 나아 보인다. 4~8주 정도 정규 강도로 운동하고 1~2주 정도는 운동 강도를 낮추는 것이다. 완화된 강도로 운동할 때는 반복 횟수와 세트 수를 절반으로 줄이고, 중량은 그대로 하거나 10~20%만 줄이면 된다.


그러나 운동선수가 아닌 다음에야 디로딩이 과연 필요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운동 루틴을 잘 짜서 디로딩이 필요 없도록 하는 방식이 일반인들에게 더 나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매일 저녁 캐프 레이즈를 하는 대신,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캐프 레이즈를 쉬어주는 것이다. 큰 근육을 단련하는 운동이라면 당연히 48 내지 72시간을 쉬어 주는 것이 좋으므로, 일주일에 1~2회만 하도록 하자.


운동 루틴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운동하는 것, 그 자체다. 루틴이나 프로그램에 얽매이다 보면 운동에 대한 저항감이 커질 수 있다. 따라서 루틴을 따르되, 유연성을 발휘하는 것이 좋다. 계획은 언제나 필요하다. 그러나 실행하는 단계에서는 변수가 생기기 마련이다. 돌발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겠다는 마음가짐 없이는 루틴을 오래 가져가기 어렵다. 10년만에 만나는 중학교 동창이 미국에서 날아왔는데, 운동 때문에 못 만나겠다고 말하는 것은 루틴도 대범함도 아니고 단지 어리석은 것이다.


사진: Unsplash의Julian Hochge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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