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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Jul 29. 2024

불안할 때도 뇌과학

<우울할 땐 뇌과학> 짝퉁인 듯 싶지만, 괜찮아

<우울할 땐 뇌과학>을 워낙 좋아해서 속편 <워크북>까지 읽었던 나다.

<불안할 땐 뇌과학>.

저자도 다르고, 당연히 이름만 따라한 짝퉁이라고 생각했지만

손이 저절로 간다.


원제는 <Rewire Your Anxious Brain>, 당신의 불안한 뇌를 재배선하라, 는 평범한 제목이다.

<불안할 땐 뇌과학>이 꽤나 히트쳤나 보다.


https://brunch.co.kr/@junatul/198


***


그동안 이 분야 책들을 더 읽어서인지, <불안>은 <우울>의 짝퉁 느낌이 강했다.

장점은, 책이 상당히 체계적이라는 것이고, 단점은 재미없다는 것이다.

특히 <사례>라고 써놓고 (사람 이름만 들어간) 일반적인 이야기를 하는 걸 보면, 사례라는 단어의 정의를 오해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다른 분야도 아니고, 병리학에서 <사례>라고 하면 실제 사례를 말하는 것이 보통이다.

<적용례>가 아니란 말이다.


책이 체계적이라서 좋다고 했지만, 이 책이 가진 또 하나의 장점은 뻔질나게 나오는 점검표다.

점검표들을 보며 내 불안 성향이 어느 쪽인지 파악할 수 있다.


나의 경우, 생각보다 꽤 덜 불안한 유형이다.

난 생각보다 완벽주의자도 아니고, 강박증도 거의 없고, 쓸데 없는 걱정을 매일 만들고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별로 그렇지도 않았다.


그래서, 이 책에 관한 한줄평.

굳이 읽을 필요 없다.



그러나 이미 읽었으니, 책의 체계에 따라 정리해본다.


불안은 두 가지 통로로 우리 존재를 잠식한다.

하나는 편도체 직접 통로, 다른 하나는 피질을 통해 편도체를 자극하는 통로.


전자는 뱀 비스무리한 것만 봐도 신경이 곤두서는 자동 반응과 같은 종류고,

후자는 가만히 생각해보니 불안하다는 판단이 뇌를 점령하는, 좀 더 느린 종류다.


캐너먼의 시스템 1, 2와 비슷하게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직관 대 숙고처럼, 즉각 반응 대 지연 반응이다.


편도체 직접 통로 쪽 불안은, 적응하는 수밖에 없다. (불수의근을 단련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뱀이 무서우면 뱀 인형도 가지고 놀고, 뱀 동물원에도 가고, 반려동물로 뱀도 키워보는 식이다.

무시무시한 이야기다.

내가 이쪽 경향이 별로 없어서 참 다행이다.


피질 통로 쪽 불안은, 의도로 바꾸는 수밖에 없다.

만사에 부정적이고 비관적이라면,

"아냐, 그럴 리가 없어. 좋게 풀릴 수도 있잖아?"

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아니, 생각만 하지 말고 아예 소리 내어 말해보자.


그런데 두 가지 경로 모두에 유효한 하나의 매우 막강한 대응책이 있다.

이제는 유행을 지나 하나의 시대조류가 된 것 같은, "마음챙김"이다.


마음챙김 수련은 그 자체로 이완이라 편도체 직접 통로에 작용하고,

그 목적이 자아를 상황으로부터 분리하여 관찰하는 것이라 피질 통로에 작용한다.


오늘도 "마음챙김", 내지 부처님 의문의 1승.


***


다음은 잊어버리기에 아까운 밑줄 모음이다.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저해제(SSRI),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 저해제(SNRI)를 포함하여 특정 약물은 생각 패턴을 바꾸려는 사람들에게 무척 유용한데, 이 약들이 새로운 신경 회로 발달을 촉진하기 때문이다. (225쪽)


불안 생각 리스트’를 작성하여 검토하고 이런 근거 없는 생각이 불안을 만들어낸 적이 없었는지 생각해보라. (215쪽)


한줄평으로 읽을 필요 없다 말하고, 내용도 단 몇 줄로 요약하니, 이 책이 별로라고 말한 것 같지만, 아니다.

이 책은 꽤 좋은 책이다.


이 책은 체계적이라 읽기 쉽고, 실제로 실천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처방이 담겨 있다.

분명히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


어떤 '보통' 사람이 쓴 신변잡기류 불쏘시개보다 훨씬 나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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