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쿠비카, <사라진 여자들>
오랜만에 만난 잘 만들어진 반전 스릴러. 단지 이야기를 전달하는 순서만을 바꾸어 배치함으로써, 빼어난 긴장감을 유지하고, 놀라운 반전을 만들어낸다. 엔딩조차 마음에 드는, 만나기 어려운 소설이다.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러운 엔딩인데도 감동을 준다.
사족으로, 등장하는 이름들이 독특하다(라고 쓰고 구닥다리라고 읽는다). 레오 정도만 돼도 옛날 느낌이 마구 드는 이름인데, 아이 이름으로 딜라일라라니.(톰 존스 등장이요!) 베아(트리스)는 작중에서 구닥다리 이름이라는 것을 직접 인증한다. 제플린이라는 이름도 물론 장난스럽다. 제대로 된 이름이라면 조쉬 정도일까.
일본 소설 읽으면서,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문화라는 생각이 마구 밀려오는데, 서양 소설을 읽으면 그나마 일본, 중국은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일본 소설을 읽을 때는, 같은 상황에 대한 다른 해석에 의아해하는 정도지만, 서양 소설을 읽으면 아예 상황 자체가 다르다.
반전이 매력인 소설인 만큼, 완독 후 다시 읽으니 더 좋다. 첫 읽기에 놓쳤던 세세한 디테일에서 새로운 재미를 느낀다.
마스노 순묘, <일상을 심플하게>
심플한 삶에 관한 한 일본 스님의 이야기. 잔잔해서 읽기 좋다.
- 매일 하는 걸레질은 마음 청소와 같다.
- 사고 싶은 물건은, 두 번 참은 다음에 3번째에도 사고 싶은 마음이 여전하다면 구입한다.
- 없으면 곤란하니까, 싸니까, 사두는 것이 물건 저장으로 공간을 낭비하는 길이다.
- 만일을 대비해 물건을 가지고 다니는 대신, 예측치 못한 사태를 즐겨보자.
- 물건은 사용 후 제자리에 두자. 물건을 찾는 시간만틈 헛된 시간은 없다.
- 자신만의 상자 정원을 만들어 보자.
- 밤에 걱정거리나 불안이 몰려오면 내일 생각하기로 하고 멈추자. 다음 날 생각해보면 별일 아니다.
- 상대에 대한 이미지는 내가 만들어낸 것이다. 싫어하는 감정으로 자신을 소모하지 말자.
- 가족이라고 사과하지 않아도 이해해줄 거라는 생각은 착각이다. 사과하자.
박종훈, <빚 권하는 사회에서 부자되는 법>
박종훈은 유튜브로 만나자.
이누준, <이 겨울 사라질 너에게> (약스포일러 주의!)
나름 괜찮은 소설. 일본 소설 특유의 유치함이 없지 않으나, 웹소설이 이 정도로 준수하면 감사해야 하는 게 맞다. 고구마를 먼저 주고 사이다를 던져주는 일반적인 방식과 달리, 일단 사이다를 주고, 나중에 고구마를 보여준다.
강지나,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여덞 명을 10여년 간 추적 인터뷰한 르포. 다양한 스펙트럼의 사례를 살펴보면서 내리는 정책 함의에 관한 결론은 매우 타당하게 들린다.
가와시마 류타, <독서의 뇌과학>
전자책은 종이책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데, 휴대폰으로는 안 된다?
결론은 디지털 디톡스다. 스마트폰을 가지고만 있어도 수면 시간이 줄어든다. 스마트폰은 철저한 규칙을 정해 이용하자.
사족. 서당 교육이 최고의 교육법이라는 결론을 내리면서, 그 이유는 역사를 통해 수많은 교육 방법을 시도해 보고 인류가 정착한 방법이라서 그렇다고 설명한다. 농담이겠지? 서당식 교육을 할 당시에는 시청각 교재, 태블릿, 휴대폰은 물론, '묵독'조차 없었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개항 당시까지도 이런 교육 방식이 유지된 것은 그저 관성일 뿐.
사족2. 정조 때 문인, 이덕무의 수필을 보면, 이 시기에는 묵독도 어느 정도 보편화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서당은 짧게 잡아도 고려시대부터 존재하던 것이다. (나는 물론 고구려 때부터 있었다고 믿고 싶다. 고구려인들은 중국 정사에 나올 정도로 학구열이 대단했다고 하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