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유발 하라리, <넥서스> (1)
워낙 흔하게 접하다 보니 무슨 뜻인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단어들이 있다.
넥서스도 그런 단어였다.
사전 찾기보다 더 쉬운 것이 챗봇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퍼플렉시티에게 물어보니, 넥서스라는 단어는 '노드' 내지 '허브'와 동의어다.
다시 말해, 네트워크의 각 포인트, 특히 허브 성격을 띄는 노드를 넥서스라 부른다.
세계 항공 네트워크에서 애틀랜타나 싱가포르 공항이 넥서스다.
이 책의 주제
이 책은 유발 하라리 3부작 중에서도 내가 제일 좋아했던 <21가지 제언>과 같은 주제를 다룬 책이며,
결과적으로 내용도 대동소이하다.
21세기 인류는 신기술, 특히 인공지능과 생명공학의 부상으로 전례없는 위협에 처했다.
미래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21가지 제언>에서 저자가 제시한 답은 '명상'이었다.
명상에 대해서는 수많은 좋은 책이 있다.
명상을 해야 하는 이유를 설득받고 싶다면 마이클 싱어의 <상처 받지 않는 영혼>,
명상을 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다면 앤디 퍼디컴의 <헤드스페이스>를 추천한다.
https://brunch.co.kr/@junatul/1149
https://brunch.co.kr/@junatul/1186
나는 <21가지 제언>을 2024년도 최고의 책으로 추천했다.
이 멋진 책을 리뷰하려고 글을 여러 개 쓰기도 했는데, 아래에 링크를 남겨둔다.
(글이 9개나 되는 바람에 스팸 느낌이 나서, 맨아래쪽으로 링크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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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차이점
<넥서스>가 <21가지 제언>과 다른 점이라면, '인공지능과 세계 질서'라는 주제로 관심을 좁혔다는 데 있다.
<21가지 제언>에서는 21세기에 우리들 모두가, 그리고 인류가 처한 문제들에 대한 해법을 찾으려 했다.
그 책에서 이미 그는 인공지능과 생명공학이 가장 근접한 거대 위협이라 말했으며, 나도 십분 공감했다.
거시적으로는 교육, 미시적으로는 명상이라는 해답을 제시한 점도 정말 감탄할 만한 점이었다.
그렇다면 이 책의 차별점은 뭘까?
두께도 거의 비슷한 이 책이 뭔가 더 나아간 이야기를 해줄 것이라 기대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아니었다.
그냥 동어반복이다.
더블넥이라 말한 것이 그냥 웃자는 얘기가 아니다.
<21가지 제언>을 제외한 하라리의 모든 책은 한 줄 요약이 가능하다.
이건 정말 대단한 특징이다.
저자의 생각이 얼마나 정연한가, 얼마나 체계적인가를 보여주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책을 읽고 가져가야 하는 짐이 정말 가볍기 때문이다.
<넥서스>는 <21가지 제언>과 달리 한 줄 요약이 가능하다.
- 한 줄 요약: 인공지능의 위협에 대비하려면 우리는 민주주의를 잘 정비해야 한다.
문제는 '잘'이라는 부분에 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그런데 디테일이 없으면 악마고 자시고 그냥 아무것도 없다.
바로 이 점, 즉 디테일이 없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실망 포인트다.
얀-베르너 뮐러의 <민주주의 공부>가 이 책보다 훨씬 위대한 이유도 바로 그거다.
뮐러는 아주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근거와 함께 제시한다.
(물론, 뮐러가 대처하고자 했던 문제는 인공지능이 아니라 SNS에 의해 공론장의 붕괴였지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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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가지 제언> 리뷰 링크
https://brunch.co.kr/@junatul/1269
https://brunch.co.kr/@junatul/1270
https://brunch.co.kr/@junatul/1271
https://brunch.co.kr/@junatul/1275
https://brunch.co.kr/@junatul/1276
https://brunch.co.kr/@junatul/1287
https://brunch.co.kr/@junatul/1288
https://brunch.co.kr/@junatul/1289
https://brunch.co.kr/@junatul/12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