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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Oct 31. 2022

고양이 세 마리, 양 세 마리

[책을 읽고] 미카엘 로네, <우산 정리> (2)


수란 무엇인가


사람들은 아라비아 숫자와 0을 만든 인도인들에 대해 경외심을 표한다. 그러나 그보다 훨씬 전에 숫자라는 걸것 자체를 만든 바빌론 사람들에 대해서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이게 무슨 얘기냐고?


수란 무엇인가? 수는 원래 형용사다. 한 꼬마, 두 꼬마, 세 꼬마 인디언... 할 때처럼 뭔가의 속성을 알려주는 용도의 말이다. 그런데 이걸 명사, 즉 그 자체로서 성립하는 개념으로 만든 것이 바빌론 사람들이다. 고양이 세 마리와 양 세 마리가 같은 방식으로 표현될 수 있으며, 2+3=5라는 수식은 세는 대상이 사과든 귤이든 상관없이 성립한다.



이것이 추상화다. 추상화라는 고도의 정신 활동으로 수를 형용사(부속품)에서 명사(본품)로 바꾸어 놓은 것이 수학의 시작이다. 수라는 것이 독립적 실체로 존재하지 않았다면, 피타고라스와 제자들이 만물은 수로 만들어져 있다고 주장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피타고라스뿐 아니다. 사과가 떨어지는 것에서부터 천체의 움직임까지 세상 모든 것을 수학이라는 추상적 체계로 설명한 아이작 뉴튼의 업적 역시 바빌론 사람들의 지혜에서 출발한 결과다. 뉴튼이 어깨를 딛고 서 있던 거인에는 바빌론 사람들도 포함되어 있던 것이다.


책에서는 <수란 무엇인가>에 관한 제2장을 뉴튼으로 끝맺고 있지만, 뉴튼적 세계의 자그마한 결함을 찾아낸 아인슈타인이 사용한 도구 역시 수학이다.



사족


나는 여기에 한 문장을 더하고 싶다. 아인슈타인적 세계가 결함을 보일 때마다 그 결함을 땜질하려고 이것저것 무리한 가정을 덧붙이는 것도 수학이다. 


방정식의 해가 10^50개 정도 되는 M-이론도, 현대 우주물리학의 표준모형이 가정하는 암흑 물질도 그런 사례다. 수성의 움직임에서 뉴튼적 세계의 오차가 발견되었듯이, 람다-CDM이 보여주는 오차 역시 우리가 완전히 틀렸음을, 그래서 완전히 다른 이론을 찾아야 한다는 단서일지도 모른다.


람다-CDM의 결함에 대해 관심 있는 분들에게 <우주를 계산하다>를 적극 추천한다.


https://brunch.co.kr/@junatul/575


https://brunch.co.kr/@junatul/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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