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에 내가 읽은 책들의 평균 평점은 5점 만점에서 3.90점이다.
그런데 2023년 들어 지금까지 읽은 책들의 평균은 3.68점이다.
정말 작년보다 질 낮은 책들을 만난 것일까?
식당, 쇼핑의 경우 대개 모 아니면 도.
즉, 별 문제가 없으면 5점이고, 뭔가 참기 어려운 문제가 있었다면 1점이다.
그런데 책의 경우에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다.
그러다보면 그때그때 기분에 상당히 좌우되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동안 내가 사용하던 기준은 대략 이렇다.
5 - 정말 좋았다.
4 - 괜찮았다.
3 - 읽었다는 데 의미가 있군.
2 - 시간 낭비했다.
1 - 시간 낭비는 물론 스트레스까지 받았다.
새 기준은 이렇게 하려고 한다.
5 - 괜찮았고, 큰 단점도 없었다.
4 - 약간의 단점은 있었지만, 괜찮았다.
3 - 그냥 한 권 읽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
2 - 시간 낭비했다.
1 - 시간 낭비는 물론 스트레스까지 받았다.
그러니까, 4점과 5점만 바꾸는 것이다. 기존의 5점 허들을 좀 낮추었다고 할까.
책을 읽고 나서, 쇼핑이나 식당처럼 무난하니까 5점 줄까 하는 생각을 하면,
그 전에 5점 줬던 책들이 생각 나면서,
"아니, 이 책이 그 정도는 아니잖아?"
하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10권을 읽는 동안 5점 짜리가 하나도 안 나오는 사태까지 벌어진다.
이 논리를 극단적으로 가져가면,
조너선 스펜스의 <강희제>, 스티븐 호킹의 <호두껍질 속의 우주>, 이언 스튜어트의 <우주를 계산하다> 정도는 돼야 5점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가 되는데, 이 책들은 <올해의 책>들이다.
1년 동안 책을 읽어야 한두 권 만날 가능성이 있는 책들이다.
어떤 영화 평론가처럼, 사실상 만점이 4점이 되는 셈이다.
그래서야 5점 만점으로 평점을 매길 이유가 없어진다.
Rotten Tomato처럼 그냥 <좋아/싫어> 시스템이 나을 수도 있다.
1년 동안 5점 짜리 책을 100권 읽어도, 그중에서 <올해의 책>은 얼마든지 고를 수 있다.
2022년에도 5점을 매긴 책은 모두 130권이나 되었다.
그중 미카엘 로네의 <우산 정리>를 올해의 책으로 정했고,
차점작도 10권이나 추릴 수 있었다.
결론. 너무 까탈스럽게 굴지 말자.
쇼핑, 카페, 식당과 마찬가지로, 책도 별 불만 없었다면 5점을 줘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