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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Jun 16. 2023

요즘, 역사 교양서가 읽기 힘들다

최근 역사 교양서 두 권을 읽었는데, 아주 힘겨웠다.

하나는 우리나라, 다른 하나는 일본 작가였다.

공통점이라면, 막말 잔치다.

역사를 빙자해서 하고 싶은 말을, 아무 근거도 없이 내뱉는다.


그 전에 읽은 책들이 괜찮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고등학교 국사 교과서를 그냥 베껴 쓴 것 같은 책도 읽었고,

재미 있는 뒷이야기(B급 이야기)를 해주겠다는 공수표를 날리고 그냥 다 아는 얘기를, 그것도 무슨 암기장 메모처럼 밋밋하게 늘어놓은 책도 읽었다.


최근 읽은 역사 교양서 중 그나마 괜찮았던 것은, 여러 국가들의 라이벌 관계를 파헤치겠다는 구실로

미국 제국이 그동안 행한 악행을 고발하는 책이었다.

다만, 이 책도 아주 훌륭하다고는 할 수 없다.



편향적인 시각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중립이 아닌 어떤 스탠스를 취하려면 근거를 대야 한다.


나는 실증사학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역사를 논할 때 실증은 필요조건이라 생각한다.

역사는 해석이지, 창작이 아니다.


예를 들어보자.

빈 라덴 집안이 미국의 석유왕, 부시 집안과 아주 돈독한 관계인 것은 사실이므로, 어떤 주장에 근거로 쓰일 만하다. 근거가 차고 넘친다.


그러나 미국이 비밀리에 IS를 지원한다는 의혹은 그야말로 의혹이다.

쿠르드 족을 지원하려고 떨군 군수품 낙하산이 IS 영토로 떨어진 것을 이 의혹의 근거라고 볼 수는 없다.


https://www.theguardian.com/world/2014/oct/22/isis-us-airdrop-weapons-pentagon


미국이 아옌데 정권을 무너뜨리라고 피노체트 군부에 사주한 것은 서류로 증거가 남아 있지만,

부시가 9/11 테러를 배후조종했다는 의혹에는 물증이 없다.


역사는 기본적으로 이야기다. 재미있다.

유튜브에 역사 채널이 넘치는 이유는,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허위, 과장, 왜곡이 넘쳐나는 현실이 아쉽다.


세상에는 역덕들이 많다.

그렇게 많은 준전문가들이 있는데,

설마 그들이 모를 거라 생각하는 오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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