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글게 그려봅니다 16
실은 글작가(시인 또는 소설가)가 되고 싶었다.
예전에도 말했지만, 그림은 진짜 젬병이었고
그래도 글에는 좀 소질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단지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 글작가에게 가장 중요한 소양인
끈기(...)가 부족하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고등학교 때 야자*하기 싫어서
(*야간자율학습. 지금도 남아있는지 잘 모르겠다.)
그냥 끄적인 시가 우리나라에서 알아주는 문학출판사 청소년 문학상에서 상을 탄 후
글쟁이가 되어야 되겠단 생각에 국문과나 국어교육과**를 지원하려 했건만
(**지금 생각하면 국어교육과도 글쓰는거랑 전혀 상관없는거 같다.)
수능점수가 부족해서 글쓰는 것이랑 관련있어 보이는 문헌정보학과(일명 도서관과)를 택했다.
... 참고로 문헌정보학과는 글쓰는 거랑 1도 상관 없었다 ㅡㅡ;;
내 대학생활의 절반은 아르바이트가 차지했다마는
그래도 아쉬운 것 중 하나는
밴드동아리를 해보지 못했다는 것.
보수적이면서도 아들을 딸내미(?)처럼 키우는 부모님의 반대,
그리고 우유부단했던 당시 나.
밴드같이 거친(?) 동아리 들어갔다는 100퍼센트 쫓겨난다고 생각하고 도전도 못했었다.
아마 지금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부모님과 싸워서라도 밴드를 했을 것이다.
뭐, 그렇다고 완전 포기한 건 아니다. 조금만 더 여유가 생기면 악기를 배워서
직장인 밴드라도 만들어 볼까 한다.
생각해보면 내 뜻대로 흘러가진 않더라.
문헌정보학과 잘못 들어갔다고-난 그냥 직장인이나 될란다 하고 생각했는데
9년째 사서생활을 하고 있고
그림은 젬병이라고, 글을 열심히 쓰겠다고 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그림쪽이 본업(?)이 되어버렸다.
그렇다고 지금 생활이 싫지는 않다. 오히려 좋다.
확실히 사서는 내 천직이고,
화려하진 않지만, 나름 내 스타일을 고수하며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있다.
하고싶은 것은 꼭 한두개만 정해놓고 목숨걸고 나아갈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내가 하고싶은 것은 계속계속 생겨나고 있으니까.
※보너스
<낭만카페 에이드(E.I.D)
K시 변두리에 자리잡고 있는 이 카페는 일부러 찾아오기에는 조금 힘들긴 하다. 자가용이 없다면 K시 기차역 앞 정류장에서 30분에 1대씩(주말에는 1시간에 1대씩) 오는 버스를 타야 하는데, 만약 눈앞에서 버스를 놓치기라도 한다면 당신은 편의점에서 컵라면이나 삼각김밥을 먹으며 놓친 점심을 때우거나, 근처에 있는 시장을 배회해야 할 것이다. 그러다가 또 버스를 놓치면 할말이 없지만...
하지만 당신이 버스를 타고 시내를 벗어나 시골길로 접어드는 풍경을 느긋하게 감상하고 있는다면 자연스럽게 <낭만카페 에이드 100m 앞>이라는 나무팻말과 <ㄱ>자 형태의 흰색 건물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ㄱ>자 건물에서 <ㅡ>부분은 가정집이고 <ㅣ>부분만이 카페이긴 하나, 입구가 하나밖에 없으므로 실수로 누군가의 생활공간을 침범하는 일은 없으니 안심해도 된다. <당길까요?>라는 글자가 박힌 문을 당기고 들어가면 은은한 백열조명과, 벽면서가를 가득 메무는 수많은 책들, 그리고 카페주인의 친절한 미소가 당신을 반길 것이다.
카페주인 [이예도]씨는 인상좋은-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중년의 동네아저씨다. 단지, 푸근한 덩치와는 조금 어울리지 않는 듯한 푸른 앞치마와, 덥수룩한 수염과는 달리 의외로 귀여워 보이는 원형 안경테는 가끔씩 처음 방문한 사람들에게 실소를 짓게 한다마는... 그는 사람들에게 자기자신의 이름이나 [사장님]이라는 호칭보다는 [에이드]라고 불러달라고 한다. 그리고 그를 아는 모든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그를 [에이드]라고 부른다. [에이드]씨는 카페지기일 뿐만 아니라 글을 쓰는 작가이기도 하다. 어찌보면 작가가 그의 본업이고 카페운영은 부업이라고 할 수도 있다. 물론 그렇다고 그가 ‘심심해서’ 카페를 운영하는 것은 아니다. 그가 볶은 커피의 맛은 K시 어디에서도 따라갈 수가 없으며, [에이드]씨가 가진 커피에 대한 지식과 열정 또한 어느 커피전문가 못지않은 수준이다. 그리고 나는 [에이드]씨 옆에서-<낭만카페 에이드>에서 1여년간 아르바이트를 하였다.
인적뜸한 이곳에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지 않는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 많지 않은 사람들은 저마다 이야기를 하나씩 품고서 <낭만카페 에이드>를 찾아왔다. 그리고 덕분에 나는 1년동안 다양한 사람들-다양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다.
그 다양한 이야기 하나하나가 나에게는 소중한 경험이지만, 그것들을 일일이 다 소개하자면 아마 몇십년은 걸릴 것이다. 그래서 그 이야기들 중, 내 기억속에 남는 5가지 이야기를 여기에 적어보고자 한다. 주제넘은 짓일 수 있겠지만, 이 글을 통해 누군가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내가 <낭만카페 에이드>를 통해 성장할 수 있었던 것처럼...>
내가 처음으로 완결 낸 소설의 시놉시스. 지금 읽어보니 많이 서투르긴 하지만,
언젠가 다시 편집해서 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