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글게 그려봅니다 5
어릴때는 밤이 정말 무서웠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괜히 누가 잡아갈거 같아서
밤에는 마당에 있는 화장실도 못 갔던 걸로 기억한다.
그랬던 기억이 무색하게 어느 순간부터 밝은 낮보다
어두운 밤이 편안하게 느껴진다.
하루종일 열심히 일하고 쉴 수 있는 시간,
tv를 보고 술을 마시고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시간,
내일을 위해 잠들 수 있는 시간,
하루 중 제일 평화로운 시간.
최근에 야간산책이 늘어난 것 같다.
귀에 꽂은 이어폰에서 나오는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무작정 동네를 서성인다.
그러다 조금 피곤해지면 벤치에 걸터앉아
오렌지빛 가로등 불빛을 잠깐 받아본다.
온기없는 불빛이 그래도 따뜻하게 느껴지는 건,
밤이 어둡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오늘도 밤길을 걷는다.
퇴근하는 사람
친구, 가족을 만나러 가는 사람
모두 쉴 때 일하러 가는 사람
밤을 걷는 사람들의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그래도 목적지는 똑같다고 생각한다.
내일 아침을 향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