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e's something special about hiking!
나는 내내 물을 좋아하는 Water Person으로 살았다. 어릴 땐 수영장이든, 계곡이든, 바다든, 어디서든 물만 보면 뛰어드는 어린이었고, 20대에는 스쿠버다이빙에 빠져서 휴가를 갈 때마다 전 세계 곳곳의 물속을 탐험했고, 30대에는 서핑에 빠져서 항상 물 위를 걷는 꿈을 꿨다.
그런데 시애틀에 온 후로 비소로 하이커가 된 지금, 문득문득 조용한 산길을 혼자 걷는 상상을 한다. (하지만 여전히 물도 좋다!) Water person에서 Hiking person이 되고 나서 왜 하이킹이 이토록 좋은지, 왜 하이킹이 이토록 특별한지 알게 되었고, 시애틀에서 살고 있는 지금에 대해서 더 자주 감사한다.
그래서 오늘은 시애틀에서의 하이킹이 왜 특별한지 소개하려고 한다.
1. 접근성
내가 살고 있는 시애틀을 기준으로 보자면, 남동쪽으로 2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미국에서 다섯 번째로 높다는 레이니어 산(Mount Rainier)이 있고, 동쪽으로는 사이 산(Mount Si), 북서쪽으로 베이커 산(Mount Baker), 그리고 서쪽으로는 올림픽 산(Olympic Mountains)이 있다. 게다가, 레이니어 산이 있는 레이니어 국립공원(Mount Rainier National Park), 올림픽 국립공원(Olympic National Park), 그리고 노스 캐스캐이드 국립공원(North Cascades National Park)까지 가까운 곳에 국립공원이 세 개나 있다.
레이니어 국립공원이나 노스 캐스캐이드 국립공원은 차로 2시간 정도면 갈 수 있고, 올림픽 국립공원도 차와 페리를 타면 2시간 반 정도면 갈 수 있다. 하지만 시애틀에서의 하이킹이 특별한 이유는 그 보다 가까이에 있는 많은 하이킹 코스들 때문이다. 거창한 국립공원에 가지 않더라도, 가깝게는 차로 30-40분 거리에도 너무 아름다운 대자연을 만날 수 있는 하이킹 코스들이 셀 수 없이 많다. 조금 부지런을 떨면, 해가 긴 여름날에는 퇴근 후 하이킹도 충분히 가능하다.
2. 다양한 트레일에서 만나는 다양한 대자연
우리가 등산을 하면서 기대하는 것들은 어떤 것들일까? 한국에서 등산을 가면서 기대했던 대자연은 대부분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뷰였던 것 같다. (물론 한라산 백록담처럼 특별한 경험을 기대하며 가는 코스도 있지만!)
시애틀에서 하이킹을 하면서 즐거운 점 중에 하나는 확실히 내가 즐길 수 있는 대자연의 옵션이 다양하다는 점이다. 미국에서 하이킹을 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쓰는 앱이 AllTrails라는 앱인데, 하이킹 장소를 검색할 때 Attractions (매력적인 요소 또는 명소)라는 필터를 쓰면, 폭포, 뷰, 야생화, 호수, 강, 숲, 해변, 동굴, 야생동물, 온천, 역사적인 장소, 개와 함께 갈 수 있는 트레일 등, 많은 옵션 중에서 내가 원하는 코스를 선택할 수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하이킹 코스는, 산 꼭대기에 호수가 있는 트레일이다. 산을 천천히 올라 하늘에 닿을 것 같을 때 그 자리에 웅장한 산에 둘러싸인 호수가 있으면 경이로운 느낌이 든다. 그래서 나는 웬만하면 호수가 가까이 있는 하이킹 코스를 고르는 편이다. 아무래도 Water person이라서 그런 건가?
3. 초보자도 전문가도 행복한 트레일
시애틀에서는 하이킹 초보자도, 하이킹 전문가도 모두 즐거운 하이킹을 할 수 있다. 뒷산을 오르는 것 같은 쉬운 코스와 하루를 꼬박 잡고 올라가야 하는 높은 산을 갈 때 우리는 다른 것을 기대하면서 산을 오른다. 그리고 대부분 높은 산을 오를 때 볼 수 있는 대자연이 더 아름다울 거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시애틀에서는 엄청난 뷰를 보기 위해서 꼭 엄청난 하이킹을 하지는 않아도 된다. 긴 하이킹을 하지 않아도 대자연을 즐 길 수 있는 투자 대비 효과(ROI, Return on Investment)가 뛰어난 하이킹 트레일들이 많아서 내 수준에 맞는 하이킹을 하면서도 충분히 아름다운 대자연을 누릴 수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트레일 중에 하나인 Rattlesnakes Ledge Trail은, 올라가는데 1시간을 (내 기준 왕복 2시간 정도) 투자해서 보는 뷰가 압도적으로 아름답다. 투자 대비 효과 (ROI)가 엄청나게 뛰어난 코스다. 그래서 보통 한해의 첫 하이킹을 여기서 시작하고, 시즌 중에 혼자 하이킹을 갈 일이 있으면 가볍게 즐겨 찾는 코스 중에 하나이다. 왕복 3시간 정도 걸리는 Lake 22는 산을 오르는 중간중간 폭포와 숲뷰를 즐길 수 있고, 산꼭대기에 올라가면 만년설이 있는 호수를 볼 수 있다. 호수를 천천히 한 바퀴 돌면 30분 정도 걸리는데, 수영하는 사람, 낚시하는 사람, 피크닉 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하이킹을 즐기기 위해서 엄청난 체력과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지 않은데도 아름다운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코스들이 많으니 자연스럽게 하이킹이 좋아졌다. 하이킹 초보자도, 하이킹 전문가도 모두 즐거운 하이킹을 할 수 있는 곳이 시애틀이다.
시애틀을 여행할 때, 꼭 자연에서 에너지를 받아갔으면 좋겠다. 시애틀은 확실히 하이킹을 할 때 더 기억에 남는 방문지가 된다!
Let's hik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