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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elicity Mar 31. 2022

#5. 지금은 체력을 키워야할 때

마음근육보다 몸근육이 필요해

마녀 체력 아니어도 좋다. 건강한 마흔을 위하여




정직한 몸, 신호를 보내다.


육아휴직시절 산을 타고 식습관을 조절하며 건강한 몸이 만들어진다 생각될때쯤 회사로 돌아갈 시간이 왔다. 복귀 초반에는 요가로 몸의 건강을 유지하고자 했고, 정신적 건강도 함께 챙기고자 책모임도 시작했다. 얼마되지않아 요가 출석률 50%, 책 모임의 책을 반도 못 읽게 되었지만 뭐라도 하고 있다는 생각에 자만했고, 복직 적응에 정신없던 나는 몸과 마음의 혹사가 다시 시작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도 애써 무시했다.


운전으로 출퇴근하는 삶, 불균형한 식습관, 인스턴트 음식으로 허겁지겁 대충 먹고 마는 한끼가 계속 되었다. 스트레스와 다이어트의 절친 요요가 찾아왔고, 내 배 옆 구석구석 골고루 살을 붙여주면서 건강을 해치고 있었다. 일을 하다 5시 즈음이 되면 요요가 "단거 단거"하고 외쳐댔고 나의 빈약한 철학 "평생 다이어트와 건강"따위는 잊혀지고 "아이구 우쭈쭈"하고 단거를 바쳤다. 내근직에서 무거운 노트북을 이고 지며 지역을 왔다갔다 하는 삶이 반복되니 결국 허약한 체력은 바닥을 드러냈고, 정신까지 지배해버렸다. 쉬이 피곤해지고 할 일이 쌓였는데도 몸이 맘처럼 움직이지 않는 시기. 30대 후반이 시작되었다.


신호등을 무시하고 달리다


운동회의 진짜 꽃은 아이들의 달리기가 아니라 아버님 계주다. 아버님 계주 전에는 항상 안내방송이 나온다. "아버님들 천천히 달리세요! 본인을 아이들 체력이라고 생각하시면 안됩니다!" 하지만 저 안내방송은 젊은 아버지인 나에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늙은 아버지들을 위한 것이다. 하지만 출발소리와 함께 뛰쳐나가 얼마 되지 않아 마음은 저 백미터 앞에 있는데 몸이 백미터 뒤에 있어 본인의 다리에 걸려 넘어지는 수많은 1학년 아버님들을 보았다. 위험 신호가 주어져도 듣지 않는 피해자 아버지들이 매년 속출했다. 현실과 이상의 큰 간극... 많은 사람 앞에서 큰대자로 넘어지거나 가끔은 피까지 철철 흘려서 아이가 그 모습을 보고 울어야 본인 체력이 서있는 자리를 뼈저리게 느끼는 것이다. 호되게 겪고나서야 그 다음해부터 호기롭게 주자로 나서지 않았다. 아니 넘어진 아빠의 아이들이 아버지를 말렸다. 아프기 전에 배우면 참 좋은데, 아프고 나서야 배운다. 직장인도 마찬가지 아닌가. 많은 경고의 메시지가 인입되지만 그건 남얘기지 나에게 해당되지 않는다. 몸과 마음 돌보기는 우선순위에서 항상 뒤로 밀린다. "인정받아야해, 쓸모있는 사람이란걸 보여줘야해". 나도 신호를 무시하고 마구 달리기를 해야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통뼈라 이것쯤은 견디지 라는 말도 안되는 믿음으로 달리고 또 달렸다. 잘해내려면 달릴 수 밖에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게을렀던 삶. 고통은 나의 것.


넘어지던 아버님들을 보며 낄낄대고 웃던 내가 어느새 그 아버님 되어있었다. 넘어지고 피를 봐야 깨닫는.. 어느 순간부터 직접 느껴질 정도로 몸의 이상이 지속되고 있다. 몇 년간 잠잠했던 생리통이 다시 시작되고, 별로 안 먹는것 같은데(?!) 살은 계속 붙고(응?), 체중을 이기지 못한 허리의 디스크에 이상이 오고, 조금만 걸어도 발목이 시큰하는 등 몸 구석 구석 비명소리를 내고 있다. 살이 찌니 자신감도 떨어졌다. 선선하고 추운 가을 겨울 다이어트의 적기, 니트로 가리고 고무줄 치마를 입다가 뱃살이 고무줄만큼 늘어나면서 더 펑퍼짐해졌다. 계절이 바뀔때마다 매번 몸에 맞지 않는 옷들을 "내년엔 살이 빠질거니까 입을 수 있을거야"라며 고이 넣어둔 것은 또 얼마던가! 퇴근하면 소파와 한 몸이 되어 쉬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나를 점점 나약하게 만드는 독이었던 셈이다.
 

마흔, 체력을 키워야할 때.


처음엔 같이 걸어주는 것을 핑계로 작년부터 디스크로 고생한 신랑을 따라 걷기 시작했는데 이젠 내가 살기 위해서 걷고 있다. 걷고 나면 느껴지는 상쾌함이 있다. 생각해보면 어느 순간 그렇게 안되던 동작이 갑자기 단번에 되는 기적같은 순간 때문에 요가도 계속 하지 않았던가?  내게 중요한 것을 더 잃기 전에 뭐라도 해야한다. 몸을 움직임으로서 얻는 기쁨을 계속 만들어가야한다. 걷다 보면 하정우와 동급이 된 것 같은, "걷는 사람"의 느낌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다. "마녀체력"은 망가지고 흐물흐물해진 40대의 몸을 각성시켜(물론 남편과 주변의 도움이 있었지만) 트라이애슬론에 도전해 강철 체력을 가지게 된 한 여성 편집자분의 이야기다. 저자처럼 트라이애슬론까지 가지 못할지라도 숨쉬기를 넘어선 무언가가 필요하다. 마흔이 넘었지만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지 시작하는 나이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어려움을 헤쳐 나가야 할 때 주위의 도움도 필요하지만,
결국 온몸으로 맞서서 감당해야 하는 것은 나 자신이다. 남
에게 의지해서 해낸 것에 비해, 혼자 힘으로 당당히 이뤄 낸 기쁨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자랑스럽다"
- 마녀체력 중
 

글쓰기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매주 1회의 글을 쓰는 인연으로 만났지만, 새로움을 공유하고 응원하며 좋은 에너지를 주고 받는 관계를 만들어가고 싶다. 어려운 일이 닥치기 전에 알려주어 충격을 줄이고, 미리 예방할 수 있는 법을 공유하며, 좋은 것은 뽐뿌하는 그런 관계. 네 여러분 맞습니다. 저에게 잘 걷고 있냐고 물어봐주세요. 저는 계속 걸어야 삽니다....

2019.5.27.
매일 2만보의 에너지를 보충하고 1만보도 간신히 걷고 있는, 하지만 오늘은 2천보만 달성한..
걷는 사람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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