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노프 가문의 영광

로마노프 가문의 세계

by 넙죽

로마노프와 영광을 누린 도시


표트르 대제가 상트 페테르부르크를 건설한 이후 이 도시는 그의 후손인 로마노프 왕가의 도시가 되어 왕가와 그 운명을 함께 했다. 로마노프 왕가에는 몇번의 영광의 순간들이 있는데 역시나 최고의 순간은 나폴레옹의 군대를 몰아내고 유럽의 주인공으로 도약한 나폴레옹 전쟁에서의 승리일 것이다.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넵스키 대로에는 카잔 성당이 있는데 이 성당에 바로 나폴레옹 전쟁의 영웅인 쿠투조프 장군이 잠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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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에 위치한 성 베드로 성당을 연상시키게 하는 돔과 회랑을 가진 이 성당은 고전적인 매력을 뽐낸다. 다만 성 베드로 성당과는 달리 성당 앞에 탁트인 광장과 열주들이 없다는 것이 조금 아쉬웠달까. 대신 중앙에 있는 분수와 작은 공원이 아쉬움을 달래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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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이라고 여겨졌던 나폴레옹의 프랑스군을 격퇴시킨 이후 러시아와 더불어 로마노프왕가는 유럽의 왕가들 사이에서도 큰 두각을 나타내었다. 대내외적으로도 그 힘과 영향력을 과시할 정도였으므로. 마찬가지로 왕가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도 더이상 변방의 도시가 아닌 유럽에서 존재감 있는 도시가 되었다.


로마노프가의 별궁, 예카테리나 궁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한시간 정도 차를 타고 가면 푸시킨 시가 있다. 푸시킨 시의 별명은 황제들의 도시다. 푸시킨 시가 황제들의 도시가 된 이유는 이곳에 황제들의 궁전인 예카테리나 궁전이 있기 때문이다.


예카테리나 궁전이라는 이름을 듣고 이 곳이 계몽군주로 유명한 예카테리나 여제 때 만들어졌다 생각하기 쉽지만 그 곳은 그 예카테리나가 아닌 표트르 대제의 황후였던 예카테리나의 이름을 딴 곳이란다.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가 어려운 특성 때문인지 한국인 관광객들은 이곳보다는 여름궁전을 많이 택한다. 여름궁전이 이동도 조금 더 편하고 둘러보는 시간도 두세시간 정도 짧기 때문에 반나절 정도만 투자해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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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나는 시간에 쫓기는 상황도 아니고 대중교통이 아닌 택시로 이동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내 입장에선 예카테리나 궁전은 방문할만 한 가치가 있는 곳이었다. 오전에 택시를 이용하여 여름궁전에 방문한 후 오후에 다시 택시를 타고 예카테리나 궁전으로 이동했다. 사회초년생 시절 유럽 여행을 다닐 때에는 돈을 한푼이라도 아끼려고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하거나 걸어다녔기 때문에 이렇게 택시를 타고 여행지를 이동하는 것이 익숙한 방식이 아니었다. 지금은 나이도 먹었지만 여행지에서 택시를 타는 것이 큰 부담이 아닌 경제적 상황이다 보니 굳이 돈을 아끼려고 시간과 체력을 낭비하고 싶지는 않았다. 나이가 드는 것이 가끔 서글퍼질 때도 있지만 그 빈자리를 경제적 안정이 채워주니 이른바 등가교환이랄까. 나이가 바뀔수록 여행의 모습도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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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큰 기대를 하지 않은 방문이었으나 프랑스의 베르사유 궁전보다도 수준 높은 광경에 놀랐다. 로마노프 왕가가 가진 부와 권력이 프랑스의 부르봉 왕가에 못지 않았다는 것일까. 궁전 건물의 색감이 눈길을 끈다. 러시아 궁전의 특징 중 하나는 궁전의 벽면이 화려한 원색과 황금빛으로 장식되어있다는 것이다. 정원의 수준은 베르사유보다 한 수 위라고 생각했다. 모스크바에 비해 상대적으로 일조량이 적은 상트페테르부르크라서 그런지 모스크바의 봄은 만개했어도 이곳의 정원은 아직 완전히 꽃피지 않아 그점이 조금 아쉬웠지만. 정원 곳곳에 세워진 크고 작은 건물들을 보는 것도 큰 재미였다. 나는 정원의 호수를 한바퀴 크게 도는 것을 이 날의 목표로 삼아 천천히 걸어다녔는데 조금만 걸어도 눈에 보이는 풍경이 바뀌어 지루할 틈이 없었다. 로마노프 황가가 이곳에서 누렸을 권력과 영광을 두 발과 무릎으로 느끼며 방문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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