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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넙죽 Oct 09. 2023

러시아인의 스포츠, 아이스하키

러시아의 겨울 스포츠 관람하기

모스크바에서는 나도 디나모


 나는 남자아이였임에도 어릴때부터 스포츠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괴짜였다. 타고난 운동신경이 없어서 스포츠를 잘하지 못했던 영향도 있었지만 스포츠 관람에서 사람들이 주로 즐긴다는 스릴을 잘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처음 접하게 된 아이스 하키의 세계는 조금 달랐다. 1회에 20분씩 총 3회로 구성되어있는 짧은 경기 시간은 관람에 집중력을 갖게 하고 수시로 이루어지는 선수교체는 선수들의 체력을 유지시켜줘 속도감있는 경기를 가능하게 한다. 각팀당 한번에 빙판 위에 설 수 있는 선수는 6명씩이지만 실제로는 잦은 선수교체로 많은 선수들이 빙판에 나오는 셈이다.



 보호구와 하키 스틱, 스케이트까지 신고 빙판위에 서있는 선수들을 보면 전장에 나간 군인들을 보는 느낌이다. 경기 자체도 격렬하고 속도감이 있어서 흥미진진하다. 선수간의 몸싸움도 자주 발생해서 경기장의 현장감은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운이 좋게 앞좌석에 자리잡을 일이 많았는데 경기장과 관중석 사이에 투명플라스틱으로 된 보호벽이 있기는 했지만 그것을 알면서도 보호벽이 흔들릴 정도로 격렬한 몸싸움, 일명 바디체크에 놀랐었던 기억이 많이 난다.




  나는 모스크바 연고의 팀인 디나모 팀을 응원했는데 이유는 간단했다. 내가 모스크바에 살고 있고 파란색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아이스하키의 종주국은 아니지만 겨울스포츠가 인기있는 나라다 보니 아이스하키도 꽤 대중적인 스포츠였다. 러시아인들은 축구에도 열광적이니 여름에는 축구를 보고 겨울에는 하키를 보는 셈이다. 실제로 축구구단이 아이스하키팀도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디나모팀도 그렇고.



  모스크바에서 관람한 경기는 총 세번이었는데  두번은 이겼고 한번은 졌다. 각 경기마다 인상깊은 장면들이 있었는데 첫경기에서는 상대편인 핀란드 헬싱키팀이 공격에 전념해 수비에 소홀한 사이 디나모팀의 공격수가 유유히 그 틈을 파고들어 골을 넣은 장면이 있었다. 마치 관우가 언월도를 들고 적진에 돌격하여 유유히 적장의 목을 취해왔던 고사가 생각이 났다. 두번째 경기는 카잔팀이었는데 디나모팀에게 패했을 때 카잔 선수들의 눈에 눈물이 고이는 모습을 보았을 때 마음이 짠해지기도 했다. 마지막 경기는 같은 모스크바 연고의 치스카(цска)라는 팀이었는데 일명 모스크바 더비였다. 디나모팀은 2:0으로 이기다 2:3으로 역전을 당했는데 그럼에도 경기의 구성이 좋아 만족스러웠다. 아이스하키의 매력을 알게되었으니 언젠가 처남이 살고 있는 캐나다에 가게 되면 같이 아이스하키 경기를 보러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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