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하나쯤 없어도 잘 돌아갑니다만
"내가 없으면 우리 회사가 안 돌아가." 한 번쯤 해봤거나 들어봤을 생각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아무리 위대한 개인도 조직을 이길 수는 없다. 내가 없어도 회사는, 나라는, 공동체는 삐걱거리기는 해도 잘 돌아간다. 권력은 물과 같아서 공백을 허용하지 않기에, 누군가 나의 자리는 대체하기 마련이다. 때로는 내가 없어야 잘 돌아가기도 한다. 떠나야 할 때를 놓치면 그것만큼 안타까운 것도 없다. 조직의 구성원으로 나는 어떤 방향을 추구하는지 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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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탐구
내가 없으면 우리
회사가 안 돌아가
학교, 군대, 직장, 모임 등에서 내가 기억하는 좋은 구성원들은 누가 시키지 않았지만 눈에 띄지 않는 '사각지대'를 먼저 나서서 메우는 사람들이었다. 안타까운 것은 그런 좋은 사람들은 항상 조직을 먼저 떠나게 되고, 떠난 후 그 빈자리를 추억하게 한다.
조직에서 필요한 사람은 "내가 없으면 우리 회사가 안 돌아가."라는 위험한 생각을 가진 사람, 혹은 실제로 누군가 없으면 진짜 조직이 안 돌아가는 사람이 아니다. "없으면 불편하고, 있으면 훨씬 더 잘 돌아가는 사람", "나 혼자 잘해서 돋보이는 사람보다는 같이 잘하게 만들어주는 사람"이다. 과거의 나는 조직보다는 개인을 중요하게 생각했었다. 지금의 나는 과연 어떤 사람일까?
"내가 없으면 우리 회사가 안 돌아가." 솔직히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을 생각이다. 특히 일이 많고, 매일 정신없이 바쁜 시기일수록 더 그렇다. 내가 아니면 안 될 것 같은 일들이 쌓이고, 주변에서도 "이건 너만 할 수 있어"라는 말을 자주 들으면 슬쩍 그런 생각이 고개를 든다.
근데 이 생각은 위험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내가 없어도 조직은 돌아간다. 물론 당장은 조금 삐걱거릴 수 있다. "이건 왜 이렇게 해놨어?" 같은 말들이 나오고, 뭔가 하나씩 어그러진다. 누군가가 잠시 자리를 비우면 어수선해지는 것이 당연하다. 그래도 결국엔 다시 짜맞춰진다. 조직은 그렇게 움직이도록 설계돼야 맞다. 누구 하나 빠졌다고 멈춰버리면, 그건 조직이 아니라 여러 명의 개인이 한데 모여있을 뿐이다.
잘 돌아가는 것과 돌아가기만 하는 건 분명히 다르다. 예를 들어, 누군가 휴가를 갔을 때 갑자기 일정이 꼬이고, 회의는 길어지고, "이건 누가 챙겼더라?", "이 자료는 어디에 있지?" 같은 질문들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오기 마련이다. 그제서야 비로소 그 사람이 얼마나 많은 걸 자연스럽게 챙기고 있었는지 드러난다. 든 사람 자리는 몰라도 난 사람 자리는 안다는 말이 괜히 있지 않다.
잘 돌아가고 덜 돌아가는 차이는 바로 '사각지대', 또는 '회색지대'를 메우느냐에 달렸다. 하지만 이러한 일은 평소 잘 드러나지 않다보니, 매뉴얼로도 정리하기 어렵다. 계속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보이게 되는 영역이다. 그래서 누군가의 부재가 유독 티가 나는 일들은 대체로 이렇게 말로 설명하기 애매한 영역에 속해 있다. R&R이 중요하다곤 해도, 모든 영역을 다 아우르긴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조직에 아무런 의미도 없는 존재가 되는 것도 곤란하다. 오히려 어떤 경우엔, 누군가 빠져야 조직이 더 잘 돌아가기도 한다. 자기가 맡은 일을 잘하는데, 항상 자기 방식만 고집하는 사람이 그렇다. 의견 조율도 잘 안 되고, 일정은 자꾸 밀리게 된다. 거기에 책임을 주변으로 돌리기까지 하면 가관이다. 팀원들은 매번 눈치를 보게 되고, 일처리에 집중해야 할 에너지를 본질이 아닌 곳에 계속 쓰게 된다.
그 사람이 다른 팀으로 이동하거나 퇴사했을 때, 이상하게 팀 분위기가 밝아지고, 일정도 잘 지켜지고, 회의도 짧아지고, 일들이 더 매끄럽게 흘러간다면, 그제야 사람들이 체감한다. 겉으론 "헤어져서 아쉽다"고 말하지만, 속으로는 "이제 좀 숨통 트이네"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조직은 혼자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함께 잘해야 굴러가는 구조니까.
"대체 불가능한 인재가 되라"는 말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개인 입장에서는 내가 맡은 자리에서 나만 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고, 내 존재감과 역할을 보여주는 건 생존에 직결되는 일이다. 하지만 반대로, 조직 구성원 중 하나라도 없으면 안 되는 구조가 된다면, 그건 커다란 리스크가 된다. 누가 하나 빠질 때마다 조직이 멈추게 되면, 혼란에 빠지게 되니까.
결국 질문은 이렇게 나뉜다.
나는 조직에 없으면 안 될 [주춧돌]인가?
있으면 더 잘 되게 만드는 [디딤돌]인가?
없어야 좀 더 잘 돌아가는 [걸림돌]인가?
조금 불편할 수도 있는 이 질문을 자주 던져보는 게 필요하다. 이런 질문을 던져야 건강한 조직 안에서 더 오래 있을 수 있으니, 나도 더 건강하게 일할 수 있다. 내가 만든 방식이 정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건지, 내가 빠졌을 때 조직이 흔들리는 이유가 '내가 없어서'인 건지, 아니면 '내가 너무 쥐고 있어서'인 건지 돌아보게 만들기 때문이다. 과연 미래의 나는 어떤 사람이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