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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만 좇아가는 삶, 젊은 꼰대의 지름길

열심히 했더니 꼰대가 되었습니다만


'꿈이 있는 사람은 지치지 않는다.', 유래를 정확히 알기 어려운 명언이 가슴에 와닿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제가 세운 꿈을 이루기 위해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일했습니다. 제가 열심히 일했던 결과의 보상으로 회사는 제게 성과급을 주었고, 목표를 달성할 때마다 얻은 성취감은 저를 온전히 사로잡았고, 우상이자 종교가 되었습니다.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았던 시절은 곧 저의 자부심이자 영광의 상징이 되었고, 시간이 지나 추억으로 되새김질하게 되었습니다. 좌우를 살피지 않고 앞만 보고 열심히 달렸던 시절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음을 부정하진 않겠습니다.


하지만 목표를 좇는 삶은 저를 피곤하지 않게 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을 피곤하게 만들 수 있음을 간과했습니다. '왜 나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내 마음 같지 않을까?'를 생각할 뿐, 나와 동료가 다른 사람이라는 걸 깨닫는 데 오래 걸렸습니다. 목표를 정해서 최선을 다하면, 혼자 잘하는 사람은 될 수 있었지만, 함께 잘하는 사람은 될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누구보다 '가장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던 순간'은 불행히도 '동료를 피곤하게 만든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그 시절을 다시 돌아보니, 목표를 정해 놓고 열심히 달리는 것뿐만 아니라, 주변을 돌아보는 일도 소홀해선 안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의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다 한들 조직력을 이길 순 없기 때문입니다.


성취감은 개인에게 기쁨을 주지만 과도한 성취감에 취하게 되면, 자칫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의견에 귀 기울이지 않게 만들기도 합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본 기억이 나는데, 꼰대는 스스로 꼰대임을 눈치채지 못한다고 합니다. 어쩌면 당시 저는 제가 꼰대라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고, 꼰대임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함께 일하던 동료가 하나둘 떠나고, 함께 일하고 싶지 않다는 피드백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제가 성취감에 취해 있었음을 깨달았습니다. '사람들이 왜 내 마음 같지 않을까?'를 고민할 게 아니라 '왜 동료들이 나와 생각이 같아야 한다고 생각할까?'를 고민했어야 함을 후회합니다. 이런 사회화 경험이 있고 없음이 어린이와 어른을 가르는 기준이 되리라 봅니다. 그때의 저는 많이 어렸고, 그렇게 뼈 아픈 실패를 겪으면서 조금 사회화가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제 저는 더는 목표만 좇는 삶을 살지 않기로 했습니다. 매사에 못 따라오는 사람이 있지는 않은 지, 나만 열심히 앞으로 달려가고 있지는 않은 지 한 번 더 옆을 돌아보며 확인합니다. 비록 이제 젊음의 패기와 민첩함은 떨어졌는지 몰라도, 내 곁에 있는 사람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물론 목표를 주면 당연히 최선을 다하긴 하지만, 더는 결과에 연연하지 않습니다. 고루해 보일지 몰라도 '진인사대천명'이란 말이 제게 새겨졌다고 생각합니다. 성취감을 통해 느껴지는 행복을 누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성취감의 늪에 빠져서 내 주변을 소홀히 한다면 그 성취감은 차라리 없느니만 못합니다.


또한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지만, 내가 열심히 살았다는 이유로 보상을 바라지 않기로 했습니다. 자신이 노력한 만큼 성과가 나온다면 누구나 열심히 노력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고, 세상은 공평하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재능과 재력, 그리고 타고난 운 때문에 조금만 노력해도 큰 성과가 나오지만, 어떤 사람은 아무리 노력해도 성과를 얻기 힘들기도 합니다. 자신이 기울인 노력에 성과와 보상을 바란다면, 내가 해왔던 노력 대비 성과가 만족스럽지 않을 때, 나를 아프게 하고 주변 사람을 피곤하게 합니다. 제가 했던 일의 성과가 생긴 것은 내가 열심히 한 노력 때문이 아니라 내게 온 ‘운’ 때문이라고 믿습니다. 그래서 저는 언젠가 저에게 찾아올 그 운이 올 때까지 버텨 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며 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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