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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TI로 대화할 때 알아야할 주의사항

저는 ENFP입니다만

MBTI로 대화할 때 알아야할 주의사항



사람의 성격이 어떻게 결정되는가를 놓고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성격검사와 논문을 통해 알고 싶어 하지만, 사실 사람의 성격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아마 앞으로도 없을 겁니다. 사람의 성격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알려면, 각 사람의 삶을 전부 살아보지 않는 한 영원히 알 수 없을 테니까요. 그저 연구자들이 통계적 추론을 통해 대략 사람의 성격을 얼개 정도로 구분지어서 이해할 수 있을 뿐입니다. 사람을 다 알 수는 없지만, 더 알 수는 있다 라는 말로 [겸손]을 배웠기에, 함부로 다른 사람의 삶을 구분 짓고 평가하는 걸 늘 경계하곤 합니다. 물론 뭐든지 말처럼 쉽진 않아서, 나도 모르게 구분 짓고 평가해놓고 나중에 돌이켜 후회하곤 합니다.

요즘 MBTI가 그렇게 유행이라고 하는데, 20년 전에 교회에서 하도 많이 해서 그런지 MBTI가 뒤늦게 유행하는 모습을 보는 게 상당히 어색합니다. MBTI를 포함해서 성격유형검사나 성격추론 도구들은 마치 복어 요리사가 복어 독을 제거하여 요리를 하는 것처럼 상당히 조심히 써야 하는 칼이라고 생각합니다. 특정한 경향을 보인다고 해서 짐짓 그 사람을 규정지어 유형화하면 그 사람에 대해 오해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죠. MBTI를 신봉하는 사람들이 인간을 쉽게 규정지으려고 하는 이유는 순전히 개인의 이기심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을 이해할 때, 각자의 삶을 온전히 이해하여 받아들이려고 하기보다 적당히 유형을 나눠서 판단하는 게 이해하기 쉽기 때문이죠. 하지만 사실 나도 나를 잘 모르는데, 누가 감히 나를 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그저 어렴풋이 파악만 할 뿐이겠지요. 이 내용과 관련하여 심리학과 김경일 교수의 영상 중 일부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https://youtu.be/R5QNO944doo?t=1291


우리는 어떨 때, 누군가를 성격 검사, 혈액형, 별자리로 "어, 그 사람은 그래!"라고 하면서 판단을 끝내려고 할까요? 별로 그 사람에게 관심이 없을 때. 나랑 정말 가까운 가족에게 그런 거 하시나요? 나와 오랫동안 친해 온 친구한테 그런 거 하시나요? 연인에게 배우자에게 그런 거 하시나요? 잘 안 하시죠? 뒤집어서 얘기하면, 이렇게 사람을 유형별로 간단한 검사로 알아보려는 사람들, "넌 혈액형이 이러니까 이런 사람이겠구나? 넌 별자리가 이러니까 이런 사람이겠구나?" 같은 말을 하는 사람에게 한 마디 던지세요. "나한테 별로 관심 없구나? 그래서 나를 이렇게 쉽고 간편하게 파악하려는 거구나?"라고 되물을 필요가 있는 거죠.

_ 김경일, 논문 읽어드립니다, 심리테스트의 충격적 반전 中


사람의 성격을 형성하는 주요 원인으로 출생순위를 들기도 합니다. 프로이트, 칼 융과 함께 세계 3대 심리학자로 알려진 아들러는 출생순위에 따라 사람의 성격이 형성된다는 이야기를 했는 기사가 있었는데요. 흔히 K-장녀로 요즘 많이 알려져 있죠. 모든 경우에 해당하진 않지만 장남과 장녀는 아무래도 성숙해 보이는 느낌이 들죠. 애늙은이 같다는 말을 많이 듣거나, 책임감이 많다는 말을 듣기도 합니다. 막내 출신들은 부모님의 사랑과 관심을 독차지하다 보니, 나이에 비해 어려 보이는 행동을 많이 해서 자유로워 보이고, 눈치를 상대적으로 덜 보는 느낌이 듭니다. 아들러는 형과 동생이 있는 차남이었다고 하는데요. 차남의 경우, 부모님의 사랑과 관심은 막내에게 빼앗기고 장남과 장녀가 또 다른 부모의 역할을 하다 보니, 주변 눈치를 많이 보는 사람으로 성장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모든 장남이 책임감이 강한 게 아니고, 모든 막내가 애교가 많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 기본적으로 타고난 자아, 환경에 따라 결정된 자아 등 다양한 자아를 갖게 되죠. 이러한 자아들을 상황에 맞게 적재적소에 잘 활용하는 능력을 가지는 게 성숙의 증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런 출생순위를 놓고 통계적으로 조사된 연구결과를 볼 기회가 있었는데요. 몇 년 전 출간되었던 책, 나는 왜 나인가? 를 읽으면서 출생순위에 따라 내가 어떤 사람인지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했습니다. 책을 보는 건 좀 지루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재미있는 강의 영상이 있으니, 출생순위를 기반으로 한 성격이론에 관심 있는 분들은 한번 보시면 좋겠네요.


https://youtu.be/z1d58yfWVnM


                  

저는 주로 애니어그램이라는 도구로 사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데요. 애니어그램은 9가지로 사람을 분류합니다. 기본적으로 9가지로 나눠서 분류하지만, 그 속에서도 날개 이론이나 성장과 퇴보에 따라 변화하는 유형 이론 등을 통해 좀 더 다양하게 분류합니다. MBTI가 딱 16가지로만 설명하는 것에 반해, 상대적으로 좀 쉽고 변화무쌍하죠. 제가 애니어그램을 배우고 이용하면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이런 이론을 습득해서 사람을 좀 더 촘촘하게 나누는 것에 있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딱 두 가지입니다. 다른 사람과 나는 다르므로 다른 사람의 마음이 [나 같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인식]하는 것, 그리고 같은 유형의 사람이라고 해도 성숙도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으니, [유형 구분보다는 성숙도가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부처님 눈에는 부처님만 보인다는 말이 있죠. 인간은 기본적으로 이기적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도 마치 나처럼 생각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와 잘 안 맞는 사람, 나와 정반대인 사람을 만나면 불편함을 느낍니다. 왜 저 사람은 나처럼 생각하지 않을까를 고민하죠. 그런데 곰곰이 따져 생각해보면, 나와 다른 사람은 나와 다른 방법으로 사고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른 사람이 내 마음 같지 않다는 걸 인정하지 않는 자기 자신이 문제의 원인이라는 걸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것뿐이죠.


사람마다 유형이나 경향, 선호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모든 인간은 교육과 주변 환경을 통해 얼마든지 성장하고 성숙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혈구는 한 달 동안 신체를 순환하다가 수명이 다하면 사라집니다. 내 속에 흐르는 피만 놓고 보더라도 한 달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른 사람입니다. 더 나아가 10년 전의 나를 상상해서 지금의 나와 비교해보면 전혀 다른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어떤 부분은 더 진보하고 성장하며 성숙할 것이고, 어떤 부분은 퇴보하고 정체하며 부패하고 있겠죠.


그래서 저는 다양한 성격검사를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은 어떻게 다른 사람들과 함께 화목하게 지낼지 생각하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여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배려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우리는 끊임없이 성숙해지기 위해 노력해야겠죠.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을 해야 성숙해질 수 있을까? 를 고민해 보니, 저는 글쓰기를 통해 성숙의 단계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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