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주의 '풀꽃'을 배우는 한국어 시간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Pretty
with a close look
Lovely
with a long gaze
so are you
나태주 님의 풀꽃, 이 시는 나의 학창 시절엔 배운 기억이 없다. 어느 날 모의고사 감독을 들어갔다가 필적확인란에 적힌 이 시를 발견하고는 ‘어쩜~정말~’ 하며 시인의 시선이 너무 흐뭇해 한참을 읽고 또 읽었더랬다.
학교가 삼 개월이라는 긴 휴지기를 지나 다시 개학을 했다. 4, 5 학년 학생들은 한 달 전에 먼저 학교에 돌아와 입시를 준비하고, 1, 2, 3 학년은 겨우 겨우 8월 3일이 되어서 복귀했다. 사 개월 만에 학교로 돌아온 나의 풀꽃 같고 들꽃 같은 제자들은 오랜만의 등교에 투둥(말레이의 히잡)을 깨끗하게 다려 쓰고 한껏 상기된 얼굴로 내게 보고 싶었다는 인사를 건넨다.
오늘은 아이들에게 어려운 문법보다는 ‘풀꽃’이라는 예쁜 이름의 이 시를 가르치고 싶었다. 수업교구로 사놓은 작은 미백색 엽서와 색연필, 알록달록 스탬프와 아기 도장들, 한국적 무늬가 들어간 스티커를 시를 번역한 유인물과 함께 준비했다. 교보문고 외벽에 크게 걸렸던 이 싯구 사진도 보여주고 나태주 할아버지 시인의 사진도 인터넷에서 찾아 보여준다. 큰소리 내어 읽어도 보고 뜻을 생각하며 조용히 속으로 읽어도 본다. 가까이 있는 친구에게 마스크를 벗진 못하지만 조용히 읽어준다.
“너도 그래”
또 어떤 꽃을 좋아하는지도 서로 물어본다.
“아띠라, 아띠라는 무슨 꽃을 좋아해요?”
“선생님 저는 마타하리 좋아해요”
마타하리는 이 곳 말로 해바라기다. 단어 뜻은 태양이지만 이 곳 사람들을 해바라기가 태양을 닮았다고 생각했나 보다. 선생님 저는 붕아라야(Bunga -Raya)요. 붕아라야는 말레이시아 나라꽃 hibiscus를 말한다. 저는 일랑일랑(Ylang- Ylang) 좋아해요.
선생님도 일랑일랑 좋아해요. 향기가 너무 좋아요..
뜨거운 태양의 나라답게 이곳 꽃은 대부분 노랗고 빨갛고 화려하다. 향기도 우리네 민들레나 개망초 같은 순수하고 소소한 꽃들이 기죽을 정도로 매혹적이다. 자연의 풀들은 그 땅의 기후와 주변 환경에 맞춰 걸맞게 피고 지고 했기에 무엇이 더 예쁘고 덜 예쁘고 할 것 없이 모두 그 고유한 가치로 아름답다.
엽서에 손글씨로 시구를 적고 암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서로 먼저 외워 보겠다고 난리다. “너도 그렇다”로 가르쳤는데 “나도 그렇다”로 바꾸어 암기하는 귀여운 녀석도 있다.
그냥 보아도 너희들은 눈부시게 예쁘고
아주 잠깐 함께 있어도 너무나 사랑스럽고 옆에 있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구나. 너도 나도 우리 모두 그 존재로 너무 아름답다는 걸 잊지 말고 살자 나의 이쁜 들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