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감으로 한 번, 품질로 또 한 번 반하게 되는 리투아니아 린넨
한국을 대표하는 색은 무엇일까?
아마도 가을의 하늘을 닮은 쪽색과 청자의 비색(翡色), 그리고 퇴화된 자연의 색인 황토색이 아닐까 싶다. 그 나라의 자연환경에서 보고 느끼는 색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심상을 지배하기 마련이니 쪽색 치마에 흰색과 자주색 회장저고리를 입은 신윤복의 미인도 속 그녀는 당대를 대표하는 미인이자 조선 후기 패션을 선도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또 농경사회였던 조선의 땅에 지천으로 깔린 초가와 지푸라기의 색은 퇴색된 자연의 빛으로 그들의 생활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만들었을 테고, 고려청자의 비색 또한 신비한 빛이 아닌 물총새의 깃털 색인 은은한 옥색임을 한자에서 읽을 수 있다. 물론 오방색이든 오간색이든 한국어의 색을 나타내는 무수히 많은 형용사에서 읽을 수 있듯 한국 사람들은 색에 대한 미적 감각이 남달랐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래서 어쩌면 동대문 같은 세계 그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어마어마한 패션시장을 꾸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리투아니아에 가게 된다고 했을 때 나의 지인 중 가장 세련된 선배 언니가 "거기 린넨이 유명해"라고 했던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어느 도시를 가든 제일 먼저 구비하는 가전제품은 단연코 '재봉틀'일만큼 천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반가운 소식이었지만 본격적으로 천 시장을 찾아 나서기엔 일이 너무 바빴던 관계로 날씨가 풀리고 나서야 겨우 나의 최애 가전제품 '재봉틀'을 온라인으로 주문하고 이곳 포목 시장에 발을 들였다. 인터넷을 뒤져 빌뉴스에서 가장 크다는 다네사 (https://danesa.lt/)라는 천 시장을 찾았다. 규모는 동대문 제일평화시장을 기대하면 실망스럽지만 나름 부자재까지 모두 갖춘 제법 규모가 있는 시장이었다. 역시나 찾아가는 길은 "이런 곳에 천 시장이 있다고?" 한참을 의심 어린 눈초리로 걷다 보면 자그마하게 시장 입구를 안내하는 입간판이 나온다.
리투아니아 리넨의 가장 큰 특징은 다양한 색감과 톤이 약간 다운된 것 같은 바랜 듯 바래지 않은 세련된 색감이다. 자연의 색을 재현한 듯 마치 끝없이 펼쳐진 평야지대인 이곳의 땅과도 닮아있고 이 땅에 지천으로있는 순수한 자연의 나무색들과도 닮았다 생각되었다. 무엇보다 천이 발달한 나라들이 갖고 있는 이 땅의 여인들의 척박한 삶과 강인함이 느껴진다. 아마도 할머니의 할머니, 손녀의 손녀에게 구전으로 전승되며 근근하게 전해져 지금까지 오지 않았을까? 천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시간을 내어 한 번쯤 가볼 만한 곳이다.
말로는 잘 표현이 안 되는 리투아니아 흔한 봄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