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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ri Aug 07. 2022

리투아니아에서 여름을 보내는 법

숲에서 버섯을 따는 아침과 호수에서 수영을 하며 보내는 여름 오후

  여름이 시작되는 6. 마트마다 투명한 플라스틱 바구니를 팔기 시작했다. 마치 우리 김장철에 절인 배추를 쌓아놓고 파는 것처럼 바야흐로 버섯 시즌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같다. 정말로 귀여운 머릿수건을  할머니들손에 손에 버섯 바구니를 들고 숲의 정령이 살것만 같은 숲으로 총총 사라지시는 모습을 종종   있다. 친구 마리우스가 시골 출신이라는 말에 " 먹는 버섯 구분할  알아", 물어보니 자기가 버섯 전문가라며 당장 긴팔 잠바와 긴바지를 입고   며칟날 새벽 6시에 버섯을 따러 가잔다고 한다. ",  새벽에 가야 하는 거지?", 머뭇거림을 애써 감추고 대답했는데 반짝이는 친구의 눈빛이 너무도 결연해서 겨우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  버섯을 따러 가야겠군, 피할  없겠어.... " 새벽 버섯행이 다소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어느새 버섯 따기로  날이 기다려진다.

동네 할머니들은 벌써 다녀오셨는지 귀여운 노란 느타리버섯을 바구니 바구니 담아 마트 앞에서 좌판을 열고 팔고 계신다. 노란 느타리는 한국에서는 먹어본 적이 없어 신기방기한 마음에 한 바구니 사 왔는데 꽤 향이 좋다. 알 굵은 체리도 한 바구니 사 와서 볼 한가득 체리를 우물거리다 혀끝으로 조심히 씨를 골라내고 있자면 한국에서 여름마다 절친이 되었던 찰 옥수수만은 못하지만 꽤 위로가 된다. 발틱의 어느나라, 이름도 여전히 발음하기 어려운 리투아니아 빌뉴스의 여름 한 가운데 평화롭기만 한 오후가 지나간다.


  이곳에서 만난 리투아니아 친구들은 마치 여름을 즐기기 위해 긴 겨울을 견디는 사람들 같다.

한 여름에도 평균기온이 20도 안팎이라 밤기온은 13도 밑으로 내려가 춥기까지 하고 겨우 며칠 30도가 넘는 날이  '우리도 여름이 있다고'를 외치는 것 같다. 그  30도가 넘는 몇 안 되는 날이 되면 사람들은 여름을 즐기러 미친듯이 숲으로 호수로 사라진다.  

"준, 수영하러 갈래"

얼마 전 기온이 30도까지 올라간 날 친구 예바에게 전화가 왔다.

"응, 좋아. 그런데 나 수영 잘 못하는데, 어디로 가" 동네 수영장인줄로만 알고 동의했는데 듣도보도 못한 지명이 들려온다.

 "우주트라피스, 안 멀어"

 "우주트라피스??"

겨우 구글지도에서 어디인가 찾아 보고 있는데 말 끝나기가 무섭게 예바는 집 앞으로 픽업을 왔다.

"우주 트라피스는 트라카이 성 뒤에 있는 호수야, 여름마다 내가 수영하는 곳이야"

"호수 수영? 호수에서 수영을 한다고? 안 무서워"

"무섭긴, 아마 수영에 미쳐있는 리투아니아 사람들을 만나게 될 걸?"

호수가 많지 않은 한국에서 자란 나는 어린 시절 강에서 송사리 잡으며 했던 물놀이 기억이 전부인데, 호수에서 수영을 한다는 것이 상상조차 가지 않았지만 일단 따라나섰다.

우주트라피스는 리투아니아를 대표하는 트라카이 성의 뒤편에 있는 바다인지 호수인지 모를 정도로 커다란 호수였고 사람들은 요트, 카약, 수영 등을 즐기며 호수 주변에서  그대로 여름을 보내고 있었다.

구 소련시절 지어졌던 여름별장들이 호수 주변으로 빼곡히 들어서 있고, 대부분의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여름 별장을 갖고 있고 다들 여름별장에서 여름을 보낸다고 한다.

호수가를 따라 길게 난 숲길에 해먹을 걸고 독서하는 사람들, 자전거를 타거나, 산책을 하거나, 언제 지어진지 모를 중세의 고택들이 드문드문 나타나고  갤러리가 된 고택 정원에서 결혼식을 하거나 파티를 한다.

투명한 호수는 신기할 정도로 맑고 시원하며 옆에서 같이 수영하는 오리가족을 만나는 건 덤이다.

수영을 하다가 잠깐나와서 따뜻한 햇빛에 몸을 말리고 숲속에 린넨으로 만든 돗자리를 깔고 하늘을 보고 누워있자니 이제가 리투아니아 사람들의 점잖고 평안한 성품들은 자연으로부터 만들어 졌음이 이해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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