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프피 Oct 28. 2024

낭만 vs 현실

뮤지컬 - 디아길레프

항상 티켓팅을 하기 전 떨리는 마음과 함께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OP석을 잡거나 1열 중블을 잡으면 어쩌지’라는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며 예매창에 들어간다. 하지만 현실은 시궁창이다. 1열은 커녕 1층엔 눈 밭만 존재하고 2층에서 보기 좋은 자리도 다 이선좌(속칭, 이미 선택된 좌석입니다.)일 뿐이다.


나는 현실에서도 보통 이런 상상들을 많이 하곤 한다. 사람의 성격을 16가지 유형으로 나타낸 MBTI 검사에서도 낭만의 ‘N’이 100%가 나왔다.(내 맘대로 이름 붙임) 이런 점은 좋을 때도 있지만 간혹 현실의 무서움을 모르고 행동하다 큰코다쳐 핀잔을 사기도 한다. 현실적인 사람과의 연애는 이렇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이나 상상을 펼치면 사서 고생을 한다거나 쓸모없는 일이라 생각한다. 오랜 기간의 연애를 지속하고 있으니 여자친구도 이제는 잘 동조하며 넘어간다.


낭만을 논하는 한 사람과 옆에서 현실적으로 잘 케어해 주는 이 사이를 노래한 작품이 있다.


뮤지컬 디아길레프

뮤지컬 디아길레프는 발레에 한 획을 그은 실존 인물 ‘세르게이 디아길레프’의 이야기를 그렸다. 명망 높은 집안의 디아길레프는 발레를 하겠다는 말에 집안에서 내쫓긴 후 발레단을 차리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그 당시 발레보단 오페라가 좋은 평판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대학에서 자신의 맘에 드는 인재들을 찾아 ‘발레뤼스’라는 발레단을 만들었고, ‘발레뤼스’는 발레 역사에 한 페이지를 아니 여러 페이지를 작성하게 되며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디아길레프는 디자이너 브누아, 작곡가 스트라빈스키, 무용수 니진스키와 발레뤼스를 시작했다. 니진스키의 대활약에 힘입어 발레뤼스를 널리 알려 큰 공연장에서도 공연을 진행하는 것, 당시 큰 논란을 일으켰던 봄의 제전으로 주 멤버들의 불화를 다루는 내용, 동성애자였던 디아길레프와 니진스키의 내용 등 뮤지컬 디아길레프는 많은 내용을 함축적으로 표현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현실적인 문제나 어려움은 추후에 생각했던 디아길레프는 디자이너 브누아를 섭외하던 당시 이런 이야기를 나눈다.


브누아 : 나는 낭만보다 현실이 중요해. 확실한 이유 없다면 움직이지 않을 거야.

디아길레프 : 넌 나의 낭만을 현실로 만들고

브누아 : 넌 나의 현실을 낭만으로 물들고


긴 넘버 중 일부 지나가는 가사였다. 하지만 극을 볼 때에도 극을 보고 나와서도 해당 가사가 귓가에 계속 맴돌았다. 낭만을 추구하는 내가 현실적인 여자친구에게 할 수 있는 제일 좋은 표현이지 않을까 싶었다.

비록 내가 만든, 생각해 낸 말이 아니지만 순수한 가사가 내 맘을 잘 담아냈다고 생각해서 나는 냉큼 편지와 내 말에 인용하게 되었다!(뿌듯)


세상에선 ‘낭만이 밥 먹여주냐’라는 문장으로 꿈과 상상을 펼치는 수많은 사람의 생각을 틀어막는다. 밥은 어떻게든 먹을 수 있지만, 그저 하얀 밥이 아닌 좀 더 다채로운 밥을 먹을 수 있다. 현실적 사회에 색감을 불어넣는 낭만을 굳이 막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 다시 꿈을 꿔본다.


이전 09화 물가도 오르고 이것도 올라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