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따라 사람을 만나는 일이 쉽지 않다.
누가 부담스럽거나 싫어서가 아니다.
지금의 마음이 아직 다 회복되지 않아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도 흔들릴 것 같은 느낌이 남아 있다.
가벼운 농담도 깊이 들어올 것 같고,
별 뜻 없는 질문에도 내 안의 균형이 무너질까 봐 주춤하게 된다.
사람을 마주하는 일은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를 요구한다.
말의 분위기, 표정, 내가 어떻게 비칠지까지
평소에는 자연스럽게 흘러가던 감각들이
지금은 하나하나 신경 쓰인다.
정해진 약속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체력을 먼저 계산하게 되고,
돌아오는 길에 더 지쳐 있을 나를 상상하게 된다.
예전엔 이런 불안을 인정하는 게 싫었다.
스스로 약해진 기분이 들어
억지로 괜찮은 척 나섰고,
사람들 속에 섞여야 외로움이 줄어든다고 믿었다.
하지만 집에 돌아오면 이상하게 더 공허했고,
함께 있었는데 더 외롭고
웃었는데도 마음만 무겁게 가라앉았다.
지금은 안다.
사람을 피하려는 게 아니라
내 마음의 안전을 지키려는 움직임이라는 걸.
아직 아물지 않은 자리를
억지로 드러내지 않는 건 회피가 아니라 보호다.
되돌릴 힘이 없는 날엔
조금 멀리 서 있는 편이 더 건강한 선택일 때가 있다.
초인종 소리에도 가슴이 철렁하고,
간단한 메시지 답장조차 망설여질 때가 있다.
그럴 때면 괜히 미안한 마음도 생긴다.
누구에게 상처를 준 것도 아닌데
내가 잘못한 것처럼 마음이 묵직해진다.
이 모순된 마음을 설명할 길이 없어
더더욱 사람을 만나는 일이 어렵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 시기는 반드시 필요하다.
사람을 멀리한 시간이 내 마음을 무너뜨리는 게 아니라
오히려 제자리를 잡게 한다.
혼자 있는 동안
감정의 결이 다시 맞춰지고,
무너져 있던 마음의 구조가 조금씩 복구된다.
겉으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여도
속에서는 딱 맞는 방향으로 재정비가 진행된다.
언젠가는
누군가의 눈을 바라보며
부담 없이 웃을 수 있는 내가 돌아올 것이다.
오늘의 두려움이 사라진 뒤
더 단단해진 내가 사람들 사이로 걸어갈 것이다.
그때는 억지로 밝은 척하지 않아도 되고,
마음의 체력을 계산하지 않아도 되는 날일 것이다.
사람을 만나는 게 두려운 지금의 나는
도망치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를 잃지 않기 위해
잠시 거리를 둔 채 숨을 고르고 있을 뿐이다.
이 조용한 멈춤이 지나가면
다시 세상 속으로 천천히 걸어갈 힘이 생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