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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상욱 Sep 17. 2020

좋은 열정이 좋은 결과물을 담보하지 않는다.

칼: 조리 도구 리뷰

 이 칼은 내가 페이스북에서 알게 되신 분에게 구매한 것이다. 그 당시 나는 그분의 ‘일본보다 좋은 한국 최고의 조선도를 만든다’는 열정에 반해 ‘아 저런 분이 만드는 칼은 어떨까?라는 생각에 1자루도 아니고 2자루나 되는 칼을 구입했었다.

 규토(쉐프나이프) 디자인으로 한 자루 구입하고 나서 칼을 사용해 보자마자 엉?? 이런 생각이 들었었고.... 그래 설마 먼가 내가 칼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걸 꺼야... 설마 설마....
  그래서 한 자루를 더 구입했다. 키리츠케 스타일로....

 두자루나 받아보고 몇 달 이상 실사용해봤고, 칼도 나름 갈아봤기에 이 정도 이야기는 할 수 있을 거 같아 올려본다. 사용상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세세한 점을 제하고(마감 등) 실제 사용에 큰 불만사항만 말하겠다.

 무게중심이 꽤나 칼날 쪽으로 쏠려있다.
핸들이 어느 정도 무거워서 밸런스를 맞춰 주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다. 칼의 가격대가 가격대이어서 핸들이 부실하고 칼날이 두꺼운 것이 이 칼의 특징이니 이 부분은 그냥 넘어갈 수 있다.


 날이 비대칭이다. 양날칼이면 당연히 칼등 기준으로 정중앙으로 내려오면서 대칭이 되는 칼날이 기본인데.... 이건 양날 칼이긴 한데 오른쪽 날 부분만 불룩하다가 들어가고 왼쪽 날은 평평하게 들어간다. 그렇다고 해서 외날 칼도 아닌 것이 양날이긴 한데 비대칭이다. 그래서 당근 등의 식재료를 써는 느낌이 독특하다.

일반적인 양날칼과 다르게 정중앙 기준 비대칭이다.


 칼이 휘어있다. 철로 된 자로 측정해보면 확연하게 보인다. 이 부분은 솔직히 당황스러웠다. 별 차이 아니라면 아니다. 실제로 사용 시 큰 불편함을 느끼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한번 신경 쓰이면 계속 보이기 마련이고 불만이 될 수 있다.

철로 된 자를 대보면 정확하다. 양끝 부분은 떨어져 있으며 가운데만 붙어있다. 작다면 작은 휨이지만 칼을 받았을 당시에는 당황스러웠다.



 칼 라인이 일정하지 못하다. 도마에 칼을 밀착시키면 빛이 일정하게 들아와야 하는데 특정 부분의 빛이 더 들어온다. 칼 라인의 특정 부분이 파여있다는 소리이다. 이러한 칼로 칼질을 하면 끝이 다 매달린 파처럼 재료가 잘 썰리지 않는다. 두 번째 구입한 키리츠케 스타일의 칼이 그러하였다.

칼을 바닥에 대고 빛을 투과시키니 특정 부분이 빛이 많이 들어온다. 이 부분이 파여있다는 의미이다.



 칼의 면이 울퉁불퉁하다. 연마를 해도 연마 라인이 일정치 않고 두껍다가 얇아졌다가 파도를 친다. 나는 이런 현상을 처음 구경하였다. 나는 내가 칼을 못 갈아서 라인이 파도치는 건지 알고 몇 달을 고민했었다.

 그래서 연마 수업받았을 때 궁금증을 해결하려고 해당 칼을 들고 갔었고 내 연마 실력의 문제가 아니고 칼 자체의 결함이라는 너무 어이없는 이유에 어처구니없는 실소만 나왔었다.

파도치는 연마라인. 처음에는 내가 잘못 연마한지 알았다.



 사람들이 이 칼에 대한 후기를 ‘ 밸런스, 절삭력 최고!’ 이런 소리를 할 때마다 답답하다. 밸런스라는 단어의 뜻이 무엇일까? 누가 들어본들 앞으로 쏠려 있는 밸런스는 명확하다.
 절삭력은 사람의 기준마다 틀리니 그나마 다행이긴 하다. 하지만 초립날 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던데 숫돌에 갈지도 않은 칼날 상태로 어떠한 식자재 한두 개 썰어보고 절삭력 최고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일까?

 내가 생각하는 이 칼의 장점은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같은 강재인데 단조로 두들기면 성질이 변한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준다는 것. 적어도 내가 알고 있고 사용해본 이녹스강 중에 가장 독특한 느낌이다.  (이녹스의 범위가 광범위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런데 그게 절삭력에 좋은지 나쁜 건지 사실 잘 모르겠다. 철의 성질이 이도 안 나가서(사실 이건 칼 자체가 두껍고 단단하지 않기 때문 일지도...) 막칼로 사용하기 좋다는 데는 동의할 수 있다. 기능장 시험 때 닭 잡는 막칼로 매우 잘 사용했다.

 두 번째는 좋은 칼과 나쁜 칼에 대한 나 스스로의 기준이 확실하게 생겼다는 것이다. 공장제 제품만 쓰던 나는 이런 칼은 경험한 적이 없었다. 좋다면 좋고 나쁘다면 나쁜 경험인거 같다.

세 번째는 좋은 열정이 좋은 결과를 담보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려준 좋은 케이스라는 것이다.

 혹시라도 내가 가지고 있는 두 자루가 진짜 우연히 재수 없게 결함이 있는 제품이 온 거라면 그건 내가 그저 운이 매우 없는 것일 거다. 하지만 한 자루가 아닌 두자루다. 그런 확률은 낮다고 생각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인 류센은 3자루나 구매했지만 흠잡을 곳이 없었다. 물론 가격대가 완전히 다른 제품이긴 하지만 아무리 가격대가 낮아도 저런 문제점이 가려지지는 않는다. 다른 분들이 무엇이라고 하던 이제 내가 저 칼에 대한 생각을 바꾸긴 힘들 것 같다.

 이 칼에 대한 비판적인 후기는 이 칼을 단순히 까기 위해서가 아니다. 단순히 깔 생각이 었다면 업체명을 정확히 거론하였을 것이다. 단지 좋은 칼과 좋지 못한 칼을 비교하기 위한 내가 생각하는 나름의 기준을 보여주기 위해서이고 그 방법을 공유하기 위함이다. 참고로 현재 집에서는 나름대로 매우 잘 사용하고 있는 칼이다.


*이 글은 제가 구매한 제품을 제가 가지고 있는 기준에 따라 리뷰하는 글입니다. 제 칼. 제 기물이 아니면 아니라고 분명히 명시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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