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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상욱 Oct 04. 2020

사람의 성향에 따라 추천하는 팬이 달라지는 이유

요리를 좋아하는 정도와 만드는 빈도에 따른 추천

 가끔씩 나에게 팬이나 팟 하나 추천해달라고 하면 그렇게 곤혹스러울 수가 없다. 왜냐면 프로 레벨에서도 만족할만한 제품을 소개해주었는데 정작 사용한 일반 사람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것을 여러 번 보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디자인이 문제 었나?', '내 기준이 잘못되었나?' 등의 고민을 많이 하였지만 그 이유를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와이프와 같이 살아가면서 깨달은 부분이  있다.  


 세상에는 수만 가지의 팬이 있는데 그중 하나만을 골라야 한다고 상상해보자. 무엇을 골라야 좋을까? 그건 사람마다 다 틀리다. 본인이 가지고 있는 손목의 힘, 선호하는 디자인, 요리를 대하는 자세, 지불 가능한 금액, 자주 해야 하는 요리 등 세세하게 들어가자면 고려해야 할 요소가 너무 많다.  



가장 중요한 요소는 '요리를 좋아하는 정도'와 '요리를 만드는 빈도'


 하지만 이 중에서 개인적으로는 ‘요리를 좋아하는 정도’와 ‘요리를 만드는 빈도’가 가장 큰 차이점으로 보인다.

우선 ‘요리를 좋아하는 정도’ 대해 생각해보면 요리가 즐거운 사람은 요리 자체의 퀄리티가 예전보다 좋아지면 즐거워지기 때문에 기물의 가격이 조금 비싸거나 조금 더 무겁거나, 관리에 시간이 들어간다고 해도 그것을 감내할 수 있다. 반대로 요리가 즐겁지 않은 사람은 요리하는 것 자체가 힘들기 때문에 기물에 돈을 쓰는 것이 이해가 안 되며, 무거운 기물을 굳이 왜 써야 하는지 의문이 들고, 음식이 달라붙는 것 자체가 너무나 큰 스트레스이다. 조리도구를 관리할 시간에 다른 생산적인 무엇인가를 하던지 차라리 쉬고 싶어 진다.  

 ‘요리의 만드는 빈도’는 간단하다. 요리를 자주 하는 사람은 당연히 조리기구를 구입하면 만족도가 높을 것이고, 자주 안 하는 사람은 조리기구 자체를 구매하는 것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해봐야 한다. 요리를 아무리 좋아한들 만들어 먹을 시간과 기회가 없다면 굳이 많은 종류의 팬을 쓸 이유가 없을 것이다.  


팬 추천 4분면. 그냥 개인의 의견이니 본인 입장과 다르더라도 웃고 넘어가자



성향별 특징과 추천하는 팬의 종류


1. 요리를 자주 하면서 좋아함

 나의 경우는 요리사이지만 의외로(?) 집에서 요리하는 것도 좋아하는 편이다. (여담이지만 요즘 요리사들 집에서 밥 열심히 한다. 특히 맞벌이의 경우는 요리 안 하면 쫓겨난다)

 내가 아는 양식 중심의 요리 이론이 한식에 어떻게 통용되는지 실험해보는 것도 재미있고, 칼을 숫돌로 간 후에 먹을 과일 썰면서 절삭력을 실험하는 것도 재미있다. 거기에다가 오늘은 이 칼, 이 팬을 사용해볼까 고민하는 것도 소소한 즐거움이다. 사실 돈만 되면 기물별로 쌓아놓고 종류별로 사용하고 싶다. 기물의 무게가 좀 무겁거나 디자인이 이쁘지 않아도 내구성이 좋으며 음식의 퀄리티가 미세하게라도 잘 나온다면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   


 나 같은 성향의 사람이라면 구리팬이나 무쇠팬등의 단순히 한두 가지의 팬이 아니라 강재별로 팬을 사며, 브랜드별, 두께별로도 사야 한다. 도마 및 칼은 다다익선. 기물을 고를 때는 두껍고 무거우며 내구성도 따진다.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기물도 충분히 감내하면서 사용한다.  

내 컬렉션 중 극히 일부분. 나는 항상 구매하고 싶은 기물이 많지만 항상 금액이라는 현실과 타협한다.



2. 요리를 자주 하지만 좋아하지 않음

 내가 모시고 사는 분이 이러한 경우이다. 나랑은 완전히 정반대이다. 요리에 관심이 아에 없고 무거운 팬은 질색이다. 어떨 때는 열심히 갈아 놓은 칼을 식기세척기에 돌려버린다. (...이걸 참고 별말 없이 지나간 나 자신을 칭찬을... 주변에 요리사가 있다면 이게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무거운 강철팬에 예열도 안 하고 달걀후라이를 한 후 ‘이 팬 무겁고 너무 붙어... 좋지 못한 팬인데?’라는 소리를 한다. 아이들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요리할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팬이나 칼 가격 하나에 30만원 이라고 하면 엄청나게 놀란다. 완성된 요리의 세세한 퀄리티는 신경을 안 쓰며 실제로도 어떤 요리가 잘된 요리인지 아닌지 구분을 잘 못한다. (신기하게도 입맛은 매우 예민하다. 본인이 만든 음식을 먹을 때만 제외하면) 요리할 시간에 최대한 줄이고 가능하면 다른 것을 하고 싶어 한다.


 나의 와이프 같은 성향이면 무조건 코팅팬이다. 테팔이나 해피콜 제품의 코팅팬이면 엄청 만족하고 사용한다. 팟은 무조건 스테인레스 재질 중 적당한 두께에 가벼운 기물이면 된다. 무거운 기물을 사용하면 그렇지 않아도 하기 싫은 요리가 더 하기 싫어지기 때문이다. 칼도마는 행켈 4 스타 라인이면 충분하다. 여기에 디자인만 어느 정도 이쁘면 충분하다. 기물의 내구성이나 자체 성능은 구매의 큰 결정요소가 아니다. 절때 비하하거나 비꼬는 것이 아니다. 나와는 요리를 대하는 성향 자체가 완전히 틀리다.


3. 요리를 가끔 하지만 요리하는 것은 좋아함

 요리를 좋아하는데 자주 못한다면 어떨까? 요리사의 꿈은 있었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는 나의 친구가 이러한 상황이다. 평상시에는 직장에서 격무에 시달려서 여유가 없다가 주말쯤에 여유가 생겨 요리를 하는 케이스이다.


 이런 사람은 고급 스테인레스 팬이나 구리팬을 추천한다. 이 팬 1가지면 가정에서 모든 요리를 커버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기물을 살필요가 없어서 불필요한 주방기구를 최대한 줄일 수 있고 요리 시 나오는 퀄리티도 충분하다. 건전한 취미생활로 돈을 사용했다는 면에서 flex를 주니 힐링도 된다. 만일 특정한 요리를 좋아한다면 그쪽으로 특화된 기물을 사는 것도 좋다. 스테이크라면 무쇠팬, 파스타라면 알루미늄 팬 등등.


4. 요리도 좋아하지 않고 요리 하는 빈도도 매우 적음

 혼자 사는 내 친구 한 명이 이런 케이스이다. 근무시간이 길어 요리를 해먹을 시간이 없다. 요리를 하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 그리고 혼자 살기 때문에 요리를 만든다고 해도 대부분이 상해서 버리게 된다. 이런 경우는 굳이 기물을 구매할 필요가 없다. 어차피 가지고 있어도 비싼 쓰레기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더군다나 요즘 배달음식이니 편의점 도시락이니 너무나 잘되어 있다. 본인들은 전혀 불편함을 못 느끼고 굳이 집에서 요리하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혹시라도 욕심을 부려 구매를 한다고 해도 사용량이 0에 수렴한다.  



기물 구매 전 본인의 성향을 확인해보자


 기물을 구매 시 한 번쯤 본인의 성향을 차분히 정리해보면 적어도 후회하지는 않을 것이다.  특히나 요즘 요리 유튜버나 와디즈 등의 광고 영향으로 필요도 없는 기물을 덜컥 구매한 후 후회하는 케이스도 종종 보았다. 본인의 성향을 잘 인지하고 있다면 지름신이 와도 잘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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