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꼭 만나고 싶어

(자금우 열매)

by Elena

흐릿하게 보이는 초록 화분,

내겐 꽃이 늘 주인공이었다.

풍경처럼 무심하게 있던 아이.

직장 상사분 발령 때 선물 받으신 화분인데,

신경을 쓰지 않아 화분이 죽어가길래,

물을 주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자금우(천냥금) 키가 저리 크진 않았다.


주인공으로 심겨있던 식물은 애초에 죽어나갔고, 뽑아버리기엔 기특하게 잘 자라는 자금우여서 2주에 한번 정도 물을 듬뿍 주었다.


바빠서, 물을 주지 못할 때도 있었는데, 엿가락처럼 늘어진 가지를 보며, 내 무심함이 너를 죽였구나 미안하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면, 물 한번 먹어보겠니. 하고 충분히 물을 주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빳빳하게 고개 들어주던 자금우.


2020년부터 물을 주었는데,

아. 작년에도 꽃이 몇 송이 피긴 했었다.

3-4송이 폈던가.


그러다가 금세 떨어지고야 만 꽃잎.


올해는 내 너의 열매를 보리라 마음먹어보았다.

탐스럽게 열리는 꽃망울

놀랍도록 많이 맺혔다. 너도 꽃을 피우고 싶었구나.

그래, 너도 꽃이 있는 식물이었어.


어느 틈엔가 꽃이 활짝,

지금이다.

너를 이리 어여삐 들여다본 적이 있었던가,

열심히 인공수분(?)을 해주었다.

실내에 있는 화분이 스스로 열매를 맺지는 못할 테니.

그리고 시작된 기다림.

초록 열매가 맺어지고 있다.

아마 이 녀석도 초록 열매가 맺힐지도 모르겠다.


한 달여 이 녀석을 유심히 들여다보다 느낀 건데, 관심과 애정을 갖다 보면, 더 예뻐 보인다는 사실,

관심과 애정을 주다 보면 더 탐스러워진다는 사실,

식물 또한 이럴진대, 인간관계는 오죽하랴, 싶다.


내게 이렇게 애정을 가져야 할 대상이 있다는 사실을 다시 깨닫는다.


뭐 하느라 그리 바빴을까,

아주 짧은 시간,

아주 작은 행동 하나면 되는 것을,


내가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일까, 의심하게 되는

순간이 많다. 그럴 때마다 내가 할 것은 의심이 아니라, 조금 더 정성스럽게 나아갈 것. 의심하지 말고 꾸준한 사랑을 보여줄 것. 그러면 결국 그것 또한 이렇듯 말간 얼굴로 빨간 열매를 보여줄지도 모르겠다.


아이의 현재를 인정하고, 아이의 미래를 함께 기대해주는 것, 네가 가진 가치로도 충분하고 지금도 반짝반짝 빛이 난다는 것을 믿어주자.

어린 시절의 나도, 아직 덜 큰 나의 미래도 함께 빛이 날 거라고 기대해야지.


실망하기 싫어 기대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잃을 것이 없는 사람인 편이 더 좋았다고 생각했다. 그 삶은 그 삶대로 괜찮았지만, 기대하고 정성을 기울이는 일 또한 썩 괜찮은 일이구나. 하고 생각해본다.


2206150611 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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