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펜하우어 보살은 우리는 마야(Maya)의 베일에 의해 가려진 실체, 그것을 보지 못하기에 겉으로 드러난 허상에 속고 있다고 설법했다.
나라고 아는 나, 행복이라 아는 행복, 슬픔이라 생각하는 슬픔, 떠있는 구름, 지는 해…… 우리가 실재라고 여기는 우리의 일상적 사고방식의 결과물들, 즉 겉으로 보이는 현상세계는 모두 나와 우리가 만든 추상화(抽象畵) 일뿐이다. 지속 흐름의 한 순간을 억지로 잡아 세워 고정화하고 추상화하여 그리고 지운, 실유(實有) 아닌 가유(假有)인 것이다. 그런데 정작 그림을 그리고 색을 입힌 나는, 그려지고 지워지는 추상 가유인 나와 세상의 화려한 베일에 가려져, 나를 보질 못하는 것이다.
다 함께 가짜 세상 만들어 놓고, 다 같이 진짜 세상이라고 믿기로 약속한, 스스로 속인 세상에 살고 있으니.
많은 붓다들과 더 많은 보살들이 이 '인간적인' 잔혹함을 알았다. 그러니 삶이 고통일 수밖에 없음을 알았던 것이다.
관자재보살은 위대한 깨달음의 지혜를 깊이깊이 행하면서 환하게 알게 되었다. 조견(照見), 밝게 비추어 환하게 알게 되었다. 전부도 아닐뿐더러 허상인 그 뒤의 모습을, 고통의 원인과 그 고통을 사라지게 하는 원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