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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준가 May 22. 2017

28일

미소녀와 광치기, 이응의 오른쪽 눈




아침으로 어제 마트에서 사온 시리얼을 먹었다. 어제 유가 늦게 잠들어서 늦게 일어날 것 같았기 때문에 혼자 먼저 챙겨 먹었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면 배가 고파서 육지 집에서도 이곳에서도 아침을 잘 먹는 편이다. 

윗집 언니, 유와 함께 오늘은 성산읍 고성리에 있는 미소녀에 가기로 했다. 외관도 내부도 무척 세련되고 사랑스러운 미소녀는 그야말로 아름다운 소녀들의 카페 같지만, 쌀 미(米)자를 쓰는 분식집이다. 메뉴는 국수와 김밥, 볶음밥 등이다. 카페처럼 깔끔하고 예뻐서 들어서는 순간부터 기분이 좋아진다. 우리는 국수와 소고기김밥을 먹었다. 육수가 아주 진하면서 깔끔했다. 면은 소면보다 약간 굵고 중면보다는 조금 가는 것 같았다. 소고기김밥도 맛있었다. 국수도 김밥도 엄마가 해주는 듯한 맛이었다. 맞아, 옛날에 소풍날 엄마가 소고기김밥 해주셨지. 그때도 참 맛있었는데. 우리 엄마는 좀더 고기를 고슬고슬하게 볶으셨어. 

오늘은 토요일. 보통은 벨롱장이 열리지만 오늘은 대신 일장춘몽 마켓이 열렸다. 벨롱장보다 규모는 훨씬 작다고 하는데 재밌는 팀들이 몇몇 보였다. 맛있는 음식도 많았다. 우리는 프레첼을 파는 부스에서 크랜베리프레첼을 사서 나누어 먹고, 식빵을 파는 부스에서 식사 대용으로 먹을 흑임자 식빵을 샀다. 윗집 언니는 친구들이 많아서 계속 인사를 하고 대화를 나누며 다니셨다. 






다음으로는 광치기 해변에 갔다. 성산일출봉 근처의 바닷가인데, 동네 언니들 말씀으론 이곳에 가면 다양한 조개껍데기가 있다고 했다. 집 근처 해변에는 조개껍데기가 별로 없었다. 광치기 해변에 가니 과연 많았다. 그치만 내가 찾는 곱고 큰 조개껍데기는 거의 없고, 아주 작은 소라껍데기가 많았다. 엮어서 장식품을 만들고 싶어 자잘한 것들을 주워왔다. 발목이 멀쩡했으면 더 예쁜 것들을 공들여 찾았을 텐데 중간에 아파서 적당히 멈췄다. 그리고 해변을 관리하는 분들이 많이 줍는 걸 경계하신다고 한다. 관광객이 몇 개 주워가는 거야 괜찮지만 모래를 퍼가거나 조개껍데기로 장사하는 사람이 많다 보니 그렇다고. 특히 제주 현무암은 판매용으로 가공된 것 외에는 육지로 가져갈 수 없다 하니 주의해야 한다. 나와 유가 조개를 찾는 동안 윗집 언니는 돗자리를 깔고 음악을 들으며 오수를 즐기고 계셨다. 

돌아오는 길에는 맛있는 커피가 당겨서 요요무문에 갔다. 오늘 요요무문에서 옥상 공연이 열리는 날이라 그런지 손님이 더 많았다. 바 자리에 앉아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마시며 바다를 봤다. 오늘은 돌고래가 안 나오나 싶었지만 안 나왔다. 

집에 돌아오니 고양이 세 마리가 모두 들어와 있었다. 애교 백 단인 막내 이응이가 역시 또 다리에 몸을 부비며 애정을 뿜어냈다. 그런데 이응이의 오른쪽 눈이 이상했다. 잘 떠지지 않는 것 같았다. 눈병이 났나 싶어 사진을 집주인 아저씨께 보냈다. 밖에서 새에게 쪼인 것 같다고 하셨다. 항생제 주사를 맞아야 한다는데, 지금 우리가 이응이를 잡을 수도, 병원에 데려갈 수도 없으니(차도 없고 이동장도 없고 이응이가 아무리 애교가 많아도 잡혀줄 리 만무하다) 일단 두고보기로 했다. 자연히 낫기도 한다고. 이응이는 니은이, 비읍이랑 다르게 주로 밖에서 놀다가 며칠 만에 집에 들어오는데 그러다 또 다치지는 않을지, 덧나지는 않을지 걱정이다. 



이건 유가 찾은 보물들. 저 게들은 햇볕에 익어서 색깔이 저렇게 되었다...불쌍해. 내껀 사진 못 찍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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