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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가 Sep 19. 2023

100일간 자연식물식을 하고 느낀점 : 자연식물식 후기

한 달만 해봐야지 하고 시작했던 자연식물식은 한 달을 넘어 약 100일간 지속되었다.

자연식물식을 100일간 하고 느낀 몸의 변화는 다음과 같았다.



만성으로 달고 살던 위염이 없어졌다.


석사기간 잦은 밤샘과 음주, 여기에 건강하지 못한 절식과 폭식이 반복되면서 위가 많이 망가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3년 반의 석사과정 및 석사 후 연구원을 끝내고 스트레스로 망가진 위를 회복하고자 매일 양배추즙과 양배추환을 먹었다. 6개월 동안 회복기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자주 체했고 또 토했다. 특히 기름기가 많은 고기류는 먹고 나면 어떤 방향이던지 트러블이 나서 먹기가 두려웠다. 돌도 씹어먹을 20대라지만 항상 소화제를 들고 다녔다. 과식을 한날에는 여김 없이 끅끅 거리면서 위생천을 돌려 따 벌컥벌컥 마셔댔다.


자연식물식을 시작하고는 소화제를 먹는 빈도수가 현저하게 낮아졌다. 특히 위장이 편하다는 느낌을 계속해서 받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뒤돌아서면 배고픈 것이 음식을 제대로 못 먹어서 그런 것인가 싶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기분 좋은 배부름'이란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음식을 충분히 먹었음에도 소화에 걱정이 없는 상태. 더부룩하거나 부대끼지 않는 배부른 감각. 반복되는 다이어트로 식사 후에도 허하거나 지나친 과식으로 배가 터질 것 같아서 기분나쁜 배부름과는 확연히 달랐다. 식곤증이 사라지고, 소화에 드는 에너지가 줄어드니 몸에도 활력이 돌았다. 운동을 할 때도 좀 더 가볍다는 느낌이었다. 실제로 잠도 많이 줄었다. 양배추즙과 양배추 환을 모두 끊었다. 스스로 음식을 소화할 수 있는 힘이 회복되었기 때문이다.




입맛이 달라졌다.


자연식물식 3일 차에는 자극적인 음식들이 미친 듯이 당겼다. 떡볶이, 곱창, 닭발 같은 매운 음식들, 튀김과 같은 바삭하고 기름기 가득한 것들이 너무너무 먹고 싶었다. 오죽하면 보지도 않는 먹방을 찾아보기도 했다. 이 또한 지나가겠지. 며칠만 지나면 입맛이 적응하고 덜먹고 싶어 질 거야 라며 꾹 참고 일주일을 보냈다. 자연식물식을 하면 생각보다 더 먹는 것이 단순해진다. 마트에 가도 살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었다. 지하로 내려가 모든 곳을 다 통과한 후 나에게 허락된 단 한 곳, 과일코너로 직진했다. 속세의 맛들을 지나치며 다짐했다. 이것들에 현혹되는 시간에 바나나 한 손을 더 곧은 것으로 고르고, 천도복숭아 꼭지를 한번 더 확인하리라.


사는 것이 단순해지니 입맛도 단순해졌다. 설탕과 소금, 양념에 절여진 맛에서 빠져나오니 미각이 더 예민해졌다. 잘 익은 과일의 맛과 향은 정말이지 풍성했고, 음식을 구성하는 재료의 맛들이 다채롭게 느껴졌다. 자연식물식을 하기 전에 나는 바나나를 약간 푸르뎅뎅한 상태에서 쫜득한 식감을 즐기며 먹었었다. 점이 생긴 바나나는 어쩐지 미슥거리고 맛이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연식물식 유튜브에서 알려준 대로 바나나를 정성스럽게 고르고 후숙까지 한 다음 한입 먹으니,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잘 익은, 질 좋은 바나나가 이렇게나 달콤하고 풍미가 짙다는 것을 나는 여태 모르고 살았다. 나는 더 이상 덜익은 바나나를 먹지 않는다.



피부가 좋아졌다.


살이 빠지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눈에 띄게 변한 것은 피부였다. 나는 여드름으로 10대와 20대에 꽤나 고생을 했다. 사진을 찍을 때는 머리카락으로 항상 얼굴을 가렸다. 그때의 흔적들이 아직도 얼굴 옆쪽에 깊게 파인 여드름 흉터로 남아있다. 여드름으로 피부과도 다니고, 관리도 받았지만 그때 관리가 좀 된다 싶을 뿐 크게 나아지진 않았다. 그저 나이를 더 먹으면 자연스럽게 피지분비가 감소하면서 사라질 거라는 말에 희망을 걸뿐이었다.


자연식물식을 하고 알았다. 여드름은 식습관이 문제였다는 것을. 자극적인 음식과 가공식을 줄이고 신선한 채소와 과일들로 식사를 꾸리니 피부가 현저하게 좋아졌다. 다리 뒤에 있는 셀룰라이트들도 예전보다 정리가 되는 것 같았다. 셀룰라이트를 제거하겠다고 하루에 2리터씩 물을 마시고 그렇게 주물러 댔을때도 겨우겨우 변하던 셀를라이트였는데! 음식 하나를 바꾸었을 뿐인데, 변화를 온몸으로 체감하는 순간이었다.


식습관. 왜 식생활이 아니고 식습관이라는 말을 붙였을지 어렴풋이 이해가 갔다. 약으로 아무리 치료를 해도 무언가 바뀌지 않는다면, 식습관을 바꾸어 볼 것을 힘주어 추천한다. 100일의 시간 동안 가장 많이 변한 것은 몸이었지만 삶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일련의 변화가 있었다.


먹는 것은, 생각보다 강한 힘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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